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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인공기
태극기와 인공기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8.02.07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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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의 까칠토크]

‘남북통일축구대회 친선경기’가 열렸던 2005년 광복절 때였다.

대회를 앞두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인공기를) 훼손한다거나 소각하는 행위에 대해서 정부가 관대하게 대할 때는 지났다”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런 범법 행위에는 아주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경찰에 지시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인공기 훼손을 ‘불법’으로 간주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은 물론이고, 남북한의 국기와 국가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극기의 휴대도 자제한다고 했다. 이유는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모처럼의 행사에서 북쪽을 자극하는 행동은 피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친선경기가 열린 날은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저녁이었다. 그렇다면 광복절에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면’ 혹시라도 북쪽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해 겨울, 제주도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장관은 북쪽 대표단을 “동지”라고 불렀다고 했다.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었다. 북쪽 대표단을 만나서 ‘북쪽 용어’를 쓴 게 나쁠 것은 없을 듯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장관’이 그런 표현을 한 게 적합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사소한(?) 실수까지 있었다. 그 장관이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달고 있었던 것이다. “실무자가 배지를 장관의 상의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 같다”는 해명이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실태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유는 똑같았다. 북쪽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북한의 인공기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태극기에 대한 예우는 상대적으로 ‘약간’ 소홀해지고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양양 공항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이 가슴에 인공기가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는 소식이 그랬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도 인공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고 했다.

반면 마식령 스키장에서 북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한 우리 선수들의 옷과 스키복에는 태극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가 대한스키협회에 “선수들이 태극기나 '코리아'가 새겨진 옷을 입는 것을 자제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의 오해를 살 수 있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도 가져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정치판에서는 이른바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굴욕적”이라는 논평을 내며 비난하고 있었다.

정치판뿐 아니었다. 네티즌은 ‘평화 올림픽’인가 ‘평양 올림픽’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개·폐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도 찬반이 맞서고 있었다. ‘국론 분열 올림픽’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었다.

‘남남갈등’을 느긋하게 바라볼 쪽은 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만경봉호의 묵호항 입항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어쩌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벌써부터 ‘성공적’이었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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