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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 운동' 확산 회오리…성전(性戰) 비화는 안 된다
[사설] '미투 운동' 확산 회오리…성전(性戰) 비화는 안 된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2.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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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 추문 폭로 이후 확산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대학, 정·재계는 물론 문화예술계까지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폭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문학계에선 한 원로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풍자시를 계기로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으며, 영화계는 물론 음악, 미술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미투 운동’이 여혐 및 페미니즘 논란 등과 함께 젠더 이슈로 확장되면서 여성운동의 핵심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 추문폭로에서 시작됐으며 결국 그를 제물로 집어삼켰다. 또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미 NBC 간판 앵커를 해임시켰고,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를 추락시키기도 했다. 이는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기네스 팰트로 등 세계 최고의 여배우들이 이 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SNS를 통해 대중이 동참하면서 벌어진 결과이다. 최근 ‘미투 운동’은 미국을 넘어 중동, 유럽을 거쳐 한국으로까지 영향권을 확대하면서 성적 차별문제를 넘어 성전(性戰)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곳은 문화예술계다. 최영미 시인이 잡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문단 뒤풀이 등에서 성추행을 저지르는 한 원로 시인을 묘사한 풍자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이 내용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문단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폭로'의 불을 다시 댕겼다. 최영미 시인에 앞서 이미 여성작가들은 문단 남성 문인의 잘못된 행태를 고발하고 성폭력 피해자와 이들을 응원해왔다. 이에 대해 문단의 적폐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발이라는 반응과 한 개인의 문제를 문단전체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같은 성추행 폭로는 정치권과 재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여성 전직 지방의원은 엉덩이와 가슴을 만졌던 동료의원을 아무도 말리려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터뜨린다. 한술 더 떠 공천의 대가로 같이 자주겠느냐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고 피해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회 보좌진들의 국회 내 성희롱 만연을 암시하는 SNS 글도 줄을 잇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국회차원의 실태조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재계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여승무원 성추행 논란으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여직원을 대동한 ‘황제놀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적 희롱이나 추행, 그리고 성적 폭력은 개인의 성적 일탈의 문제라기보다는 뿌리 깊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석한다. 오랜 남성중심, 남성 우월구조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간 ‘성적 계급’이 형성되었고, 성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공통된 해석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사회 엘리트들의 성범죄는 한마디로 ‘권력형 범죄’의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성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일탈행위나 범죄 등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이상 왜곡된 것을 참지 않겠다’는 개인들의 의지와 선언이 연대로 반영되면서 비슷한 운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성별을 매개로 서로 혐오의 감정을 내뱉는 투쟁관계로 확대재생산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사회에는 성별 간 임금격차, 직급격차 같은 고전적 차별도 남아있지만, 직장에서 여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을 ‘평등하게 경쟁하는 동료’로 보지 않는 남성들의 시선이라고 한다. 미투 운동이 이러한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아 좀 더 평등한 사회로 가는 동력이 되어 여성도 조직 내에서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성경 창세기에서 이르듯 남성과 여성은 한 몸을 이루는 보완적 관계이지 투쟁관계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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