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장 부실 이어져…모로코 3000억 규모 손실에 인수 결렬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 KDB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연이어 발생하는 대우건설 해외사업 리스크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과거 M&A에 참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홍보효과는 확실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8일 호반건설은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우발 손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인수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대우건설이 모로코 현장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한 것이 매각 결렬의 결정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택부문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던 호반건설이 예상치 못한 해외 악재를 만나 당황한 모양새다.
지난 7일 발표한 대우건설의 지난해 성적표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산업은행 체제 이후 최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모두 갈아치웠다. 특히 2016년 4672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를 1년 만에 4373억원의 흑자로 턴어라운드한 사실도 주목할만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은 결국 해외사업장에서 발목 잡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3000억원 규모 손실을 반영했다. 시운전 과정에서 고압급수가열기 튜브 손상이 발생, 원가상승 요인이 생겼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의 설명이다.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프로젝트 공기가 지연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카타르 이링(E-ring) 고속도로 현장도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대우건설 측은 카타르 뉴오비탈 현장이 마무리되는 대로 건설장비를 이링 고속도로 현장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기가 지연되면서 양쪽 사업장 모두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 대우건설 측은 뉴오비탈 고속도로 준공 예정일을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6월로 변경하고 발주처에 지연 사유 클레임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장 손실이 연이어 발생하자 결국 매각이 결렬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호반건설 측은 "지난 3개월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자사 브랜드 '호반 베르디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과거에도 호반건설은 대규모 M&A 시장에 등장하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수도권 분양 성공으로 마련된 자금을 토대로 2015년부터 금호산업, 동부건설,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등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 협상까지 진행되지는 못했다. 그동안 인수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울트라건설로 약 200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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