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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전뉴스, 땡문뉴스
땡전뉴스, 땡문뉴스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8.02.11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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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의 까칠토크]

자유한국당의 어떤 의원이 국회에서 MBC 뉴스데스크를 ‘땡문뉴스’라고 비판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의원은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일 전체 27건의 기사 가운데 10건을 문 대통령으로 깔았다”며 “이게 문재인 정권의 방송 장악 실태”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른바 ‘땡전뉴스’를 빗댄 것 같았다. 그러나 착각을 했거나, 또는 과장된 비판처럼 보였다. ‘땡전뉴스’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렇다.

‘땡전뉴스’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땡전뉴스’는 1980년대 초반 전두환 대통령이 매일 저녁 9시 TV 뉴스에 ‘톱뉴스’로 등장하면서 생긴 ‘희한한 신조어’였다.

당시 9시 뉴스는 첫 기사가 어김없이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되었다. 또는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9시 뉴스 시간이 되면 TV를 여러 대 틀어놓고 자신이 등장하는 첫 뉴스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화면이 좋다, 나쁘다”하면서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땡전뉴스’는 언론 보도에서 좋지 않은 관행 하나를 만들었다. 기사의 첫머리를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면 다음 문장부터는 ‘전 대통령은…’으로 이름을 생략하는 게 일반적인 ‘기사작성법’이다.

그렇지만 전 대통령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전두환 대통령’으로 시작되었다가 ‘전 대통령’으로 이어질 경우, ‘전(全)’ 대통령이 아니라 ‘전(前)’ 대통령이 연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당당한 현직 대통령을 ‘감히’ 전직 대통령으로 표현하는 ‘불경’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송은 “전두환 대통령은…”을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그 ‘땡전뉴스’ 때문에 전 대통령에게는 ‘일해(日海)’가 아닌 ‘오늘’이라는 ‘호(號)’가 생기기도 했다.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된 뉴스에서 딴 별명 호 또는 별명이었다.

‘영부인’ 이순자 여사에게도 덩달아 ‘호’가 붙었다. ‘한편’이었다. 대통령 관련 소식이 끝나자마자 “한편 이순자 여사는…”으로 다음 뉴스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군부 정권’은 방송을 이렇게 장악하고 있었다. 어쩌면 방송이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현명했다. ‘땡전뉴스’가 지겹도록 계속되자, 많은 시청자들은 이를 피해 가는 방법을 스스로 개발하게 되었다.

그 방법은 쉬웠다. 다른 프로그램을 보다가 대통령 관련 ‘톱뉴스’가 끝날 때쯤 채널을 돌려서 뉴스를 시청하면 그만이었다. 오늘날처럼 대통령 관련 소식이 뉴스시간의 중간이나 끄트머리에 나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리모컨’이 많지 않았다. TV 곁으로 다가가서 채널을 돌려야 하는 불편만큼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장한 오늘날의 ‘땡문뉴스’는 어떤가. 문 대통령 뉴스가 ‘톱뉴스’로 보도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뉴스의 중요도에 따라서 가끔 ‘톱뉴스’로 보도되고 있을 뿐이다. 문 대통령 뉴스에 바로 이어서 “한편 김정숙 여사는…”이라는 소식이 뒤따르지도 않고 있다. 그런 면에서 조금 지나친 비판인 듯싶은 것이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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