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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부가세’
‘강아지 부가세’
  • 이정선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승인 2018.02.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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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는 29일 0시께 천안시 신부동 쓰레기집하장에서 살아있는 개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조된 개는 이 날 오전 숨졌다. 사진은 구조된 직후 살아있었을 때 사진. (사진=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반려동물을 애지중지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정책도 나오고 있다.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이다. 동물보호법도 개정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놓고, 대통령은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동물복지 국회포럼’이라는 것도 만들고 있다.

반려동물의 ‘펫’과 ‘패밀리’를 합친 ‘펫팸족’이라는 말이 생기고,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의 상실감을 의미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적지 않아지고 있다. ‘펫팸족’을 넘어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는 ‘펫미족’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매장을 만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 ‘집사’와 CJ몰의 반려동물 전문몰인 ‘올펫클럽’ 등이다. 그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조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끔찍하게 생각하는데도, 내다버리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물건’ 취급하는 것이다. 그 숫자가 연간 9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비싼 반려동물 진료비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작년 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국민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6%가 반려동물 관련 지출비용 중에서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81.8%가 의료서비스 개선 사항으로 동물병원 진료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정부가 이를 부채질한 면도 없지 않다. 벌써 6년 넘게 ‘반려동물 진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알다시피 ‘물건’을 사고 팔 때 붙이는 세금이다. 그 부가세를 물건이 아닌 ‘생명’의 진료비에 물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하반기부터였다.


사람이 아파서 병원을 찾으면 불과 ‘몇 천 원’이다. 그러나 애완견은 그 비용이 훨씬 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부가세’까지 보태고 있는 것이다.

반료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물리면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동물 복지’와는 상반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알량한 세금 때문에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강아지 부가세’를 추진하던 당시,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강아지를 내다버릴 수도 있다는 반발이 대단했다. ‘유기동물’이 늘어나면 전염병을 퍼뜨리는 등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료비 부담 때문에 아무 약이나 구해서 ‘대충 치료’를 할 경우, 강아지의 병을 되레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면 ‘동물 보호’가 아니라 ‘동물 학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아지를 ‘물건’으로 간주, 부가세를 강행했다.

얼마 전, 충남 천안에서 15년 동안이나 키우던 애완견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린 부녀도 비싼 진료비 때문이었다는 보도다. 형편이 어려워서 아픈 애완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마 개가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다버렸다”고 밝혔다고 했다. 애완견을 버린 뒤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안타까운 작별’이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군인·군무원이나 그 가족이 호텔이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 받는 부가세 면세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군인 복지와 사기 진작을 감안한 조치”라고 했다. 시행령을 고치는 김에 “애완견 가족의 복지와 사기”도 고려했더라면 싶어지는 것이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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