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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부터 준비했다" 지엠 철수, 호주는 한국과 달랐다
"10년전부터 준비했다" 지엠 철수, 호주는 한국과 달랐다
  • 천원기 기자
  • 승인 2018.02.2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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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호주식 해법?'…지엠 사태 '정부 책임론' 부각
▲ 22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만나 성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천원기 기자] 호주 정부는 지엠 철수 10년전부터 호주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엠 철수 후폭풍'을 무방비 상태로 겪고 있는 한국 정부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22일 코트라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엠의 자회사인 홀덴의 생산 중단을 앞두고 호주 정부는 물론 현지 협력업체들은 이미 10년전부터 이를 예측하고 대비해왔다. 덕분에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지위는 잃었지만, 경제적 손실은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주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홀덴은 지난해 10월 100여년의 역사를 끝으로 애들레이드 엘리자베스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지엠을 비롯해 호주 3대 완성차 업체로 불렸던 포드와 도요타 역시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생산 중단을 결정했지만, 호주 정부는 일찌감치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 마련에 나선던 것이다. 호주의 자동차 제조업은 전체 산업에서 광산업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정부의 발빠른 노력으로 지엠 등에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은 업종을 변경하거나 제품 판매를 내수에서 수출로 돌리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했고, 가장 타격이 컸던 현지 노동자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등 동종업계로부터 우대를 받으며 이직하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호주 자동차 제품 제조사 및 수출자 의회(APMEC) 아놀드 모우 최고의장은 최근 코트라 호주 멜버른 무역관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 공장의 폐쇄 사실을 늦게 알았더라면 타격을 입었겠지만, 지엠 등 3대 자동차 회사에서 4년 전에 생산 중단 발표를 했고, 업계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홀덴의 엘리자베스 공장을 영국 철강회사 리버티하우스가 인수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호주 정부의 전기차 산업 지원 덕분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엠 철수 현실화'가 수년전부터 자동차 업계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가 나서야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정부 책임론'이 커질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한국지엠 노조는 물론 관련업계에서 "대책을 세워달라"며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그때마다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주식 해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호주가 10년전부터 철수를 예감하고 준비한 것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탁상행정', '부실대책'이라는 지적이 크다.

KDB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지만, 군산공장 폐쇄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엠과 2002년과 2010년 체결한 '주주 간 협약'과 '지엠대우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를 근거로 지엠의 경영전략에 거부(비토권)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엠의 '먹퇴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된 실사조차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한국지엠의 2대 주주로 전체 8명 중 3명의 사외이사, 감사추천권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비토권 발동은커녕 지엠과 맺은 협약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지선 호주 멜버른무역관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호주는 정부와 회사, 노조가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며 "홀덴의 생산 마지막 날에는 모두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생산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wonki@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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