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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토크] 한국지엠 사태가 노조 때문이라고?
[뒤끝 토크] 한국지엠 사태가 노조 때문이라고?
  • 천원기 기자
  • 승인 2018.03.0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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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를 반대하며 거리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노동조합)

[아시아타임즈=천원기 기자] "올 것이 왔다." 지난달 13일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지엠의 일방적인 통보였죠. 이날은 기아자동차의 신형 K3 출시 행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현장으로 이동 중에 부서 카톡방이 요란하게 울렸죠. 군산공장 폐쇄 관련 내용들이 부서 카톡방을 통해 실시간 공유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행사장에서는 신차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한국지엠 사태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행사장을 서둘러 나서는 기자들도 있었죠.

그런데요.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지엠 노조를 탓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강성노조가 원인이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은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 이런 말들이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한국지엠 사태는 노동 생산성의 문제에 귀착된다."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한순간 직장을 잃어버린 군산공장 직원들에게 비수를 꽂는 말은 아닌지 착잡했습니다. 회사로부터 아무런 공식 통보도 받지 못하다가 발표 다음날에서야 사직서가 든 우편물을 받아보곤 현실을 실감했다는 말에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정말 노조 때문일까요? 군산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져 있지만,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엠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은 연간 26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데 90% 가까이 유럽으로 수출했습니다.

그런데 지엠이 유럽 수출을 중단하면서 생산 물량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2014년 14만대까지 떨어진 생산량은 더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더 이상의 신차 배정도 없었죠. 알페온과 임팔라 등 신차종은 모두 수입·판매였습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기차 볼트EV도 마찬가지죠. 만들어낼 차가 없는데 생산성 운운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입니다. 파산 위기에서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지엠은 글로벌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군산공장은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그 사이 지엠은 어떻게 했나요? 4년간 이자로만 한국지엠으로부터 4000억원을 거둬갔습니다. 한국지엠에게는 부품도 비싸게 팔았죠. 이 때문에 매출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 달합니다. 동종업계가 70~8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지엠은 턱없이 높습니다. 차 1대를 팔아봐야 남는 게 없는 것이죠. 최근에는 지엠이 퇴직을 앞둔 본사 임원을 전관예우 차원에서 한국지엠 임원으로 보낸다는 논란도 있죠.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고급 호텔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지냈다고도 합니다. 빨대를 꽂았다는 말이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군산공장 폐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올 것이 왔던 것인데 아무도 막지 못한 것입니다. 소극적이나마 지엠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KDB산업은행은 군산공장 폐쇄가 안건으로 올라왔던 한국지엠 이사회에서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공장 폐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죠. 산은은 국책은행입니다.

노조는 몇 해 전부터 "군산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며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지엠의 먹튀'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조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깐요. 매년 회사가 어려운데도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강행하며 떼를 쓴 것도 사실입니다. 말하고 싶은 건 이것입니다. 일방적인 노조의 양보만 기대하지는 말자는 겁니다. 모두가 이번 사태의 책임론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3조원 달하는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지엠이 작년에만 또 9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wonki@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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