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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근로의 그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간호사
[52시간 근로의 그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간호사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8.03.04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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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TV)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솔직히 왜 우리 업종이 특례업종에 묶여 무제한 근무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최근 간호사 태움문제로 간호사들의 근무여건이 개선될 줄 알았는데 기대한 제가 바보죠.”(서울A병원 이유정(가명‧31)간호사)

근로시간 52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보건업이 무제한 근무가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못하면서 간호사 등 보건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간호사 태움을 비롯해 나이트 강요, 인력문제 등 간호사의 처우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간호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가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2016년 기준)은 전체의 10.8%에 달하며 평균 주당 근무 47.9시간이다. 이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 약 8시간 더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정 간호사는 “제가 다니는 병원 같은 경우 인력이 부족해서 제 시간에 퇴근하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 하루 9시간에서 10시간 일하는 것은 기본인데 너무 힘들다”며 “문제는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노출 돼 피로도가 쌓이게 되면 결국 피해는 우리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태움 문화나 나이트 강요 등의 문제도 결국 인력부족 문제와 장시간 노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간호계 문제에 공감한다던 정치권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보건업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무제한 근무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간호협회 “보건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돼야”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건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못하자 보건의료노조와 대한간호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대상에서 제외하고 계속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어두는 것에 대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통화에서 “보건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병원은 이미 3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무제한 근무가 가능하도록 빌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정책국장은 “보건업 노동자들은 평균 47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병원 내 장시간 노동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와 직결된다”며 “더군다나 인력부족으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엄청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병원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의료사고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병원을 특례업종으로 묶어두는 것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의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현재의 인력운영체계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못한 나머지 5개 업종에 대해 철저한 실태조사를 해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간호사의 노동시간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병원 인력의 절대 다수인 간호사에 대한 안전이 환자 안전과 직결돼 있지만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20명을 넘어 미국과 일본, 호주 등과 비교하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특수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특례업종에 그대로 두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지적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가 장시간 근무할 경우 교대근무 사이에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빠르게 다음 근무로 복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장시간 근무는 간호사의 피로, 수면과 통증을 악화시키며 육체적 피로도를 증가시켜 회복시간을 지연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 현장에서 재직하고 있는 간호사는 인력 부족 상황에서 장시간 근무 할 것을 요구받으며 과도한 업무를 하게 돼 이직, 간호사 소진 등 간호사 부족의 순환구조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간호사를 특례 업종에서 제외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죽음을 선택한 신규간호사는 저녁근무 당시 오후 1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근로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관례화 된 전형적인 사건이다.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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