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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삶의 질’ 외치기 전에 청년들 비명부터 들어라
[사설] 정부는 ‘삶의 질’ 외치기 전에 청년들 비명부터 들어라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3.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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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가슴이 타들어 간다. 상반기 대기업 공채시장이 열렸음에도 개점휴업상태이기 때문이다. 가뭄에 콩 나기로 대졸신입 채용공고가 나와도 그 인원이 크게 줄었다. 상당수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상반기 신입공채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데다, 모집 시기를 결정한 기업 중에도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실패하고 패자부활을 노렸던 청년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청년들의 취업난이 호전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면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28일 취업 포털 업체 잡코리아가 국내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321개사 중 ‘올해 상반기 대졸신입직원을 채용 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35.8%(115개사)에 그쳤다. 반면 ‘상반기 신입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41.1%(132개사)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아직 채용시기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미정)’고 답한 기업도 23.1%(74개사)로 조사됐다. 이 중 채용규모까지 확정한 81개사에서 채용하는 신입직원 채용규모는 총 2,625명으로 지난해 동일기업의 채용규모 2,831명보다 7.3% 감소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지난 28일 상반기 대졸신입공채에서 144명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쟁률은 67대1에 달했다. 전체 9,300명의 지원자 중 단 1.5%밖에 되지 않는 인원만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고 입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일자리의 절대적 규모가 크게 감소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반기 대기업 대졸신입공채에도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들 역시 채용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 경쟁률이 100대1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대졸신입직원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불확실한 경기전망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정부의 반(反)기업정서로 인한 고용의욕 저하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기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신규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주요 대기업들이 최소한 예년 수준의 채용 인원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의 재계에 대한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대졸 실업자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체실업자(42만6,000명)의 58%에 달한다. 이는 2000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에 잡힌 공식수치일 뿐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40여만 명에 달하는 ‘공시족’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공식·비공식 청년실업자를 모두 합하면 100만 명을 상회한다는 통계도 나온다. 결국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꿈도 펴지 못한 채 버려진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기존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자체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삶의 질’ 향상 운운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물론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자리가 있고나서야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다. 정부는 기업의 신규고용의욕을 저하시키는 각종 규제를 먼저 완화하고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반(反)기업 친(親)노동정책으로 일관해서는 결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급속인상 후폭풍으로 혼란을 겪었다. 이를 예방주사로 삼아 일자리창출을 전제로 ‘삶의 질’ 향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균형 잡힌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만이 실의에 빠진 이 시대의 청년들을 구할 수 있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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