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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네트워크 人間
[정균화 칼럼] 네트워크 人間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3.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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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복수’는 무엇인가? 후회를 덮어주는 구원인가, 아니면 인간성이 추락하는 심연인가? ‘네트워크’란 또 무엇인가? 인터넷은 편리한 도구인가, 아니면 위험한 분쟁거리인가?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지식은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나 드라마 에서는 해커를 신격화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작품 속에도 놀라운 능력을 지닌 해커가 등장하지만, 작가는 현실에 맞는 해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교묘하고 정밀한 구성과 묘사의 장편소설 『망내인. 著者 찬호께이』의 주제는 ‘인과응보’와 ‘원한’, 그리고 ‘복수’이다. 저자는 홍콩 작가다. 미스터리의 불모지인 홍콩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우리 식으로 풀자면 ‘네트워크 인간’인 2015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인터넷상의 인격 모독, 악성 댓글, 비방과 악소문 등에 뿌리를 둔 것으로, 지역과 나라를 뛰어넘어 동시대성을 확보한다. 열다섯 살 소녀가 온라인상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22층 집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유일한 가족인 동생을 허망하게 잃은 언니 ‘아이’는 탐정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동생을 괴롭힌 사람들을 찾으려 하지만 최첨단 인터넷 기술 앞에서 길을 잃는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에게 탐정사무소에서 괴팍한 성격에다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고 돼지우리 같은 곳에 사는 ‘자격증 없는 탐정’을 소개해준다. 신비에 싸인 해커이기도 한 그의 이름은 아녜(阿涅). 그는 아이의 의뢰를 받아들인 지 오래지 않아 인터넷에 악의적인 글을 퍼뜨린 용의자의 명단을 추려내고, 심지어 아이가 몰랐던 동생의 과거까지도 밝혀낸다. 마침내 아녜는 사건 조사를 완료하고, 아이에게 매우 달콤한 제안을 한다.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아이가 아녜의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 이야기 속 모든 등장인물들의 운명이 한데 엮이고, 그들 각자의 결말은 아녜가 짜놓은 ‘네트워크’ 속에서 아이의 선택에 따라 좌우된다. 죄와 벌의 천칭도 차차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데…….

이야기의 흐름 역시 이 작품은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미스터리→조사→진실’이라는 흐름이 끝난 뒤에 다시 복수(이지만 범죄)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형식상 본격미스터리에 속하는 한편, 범죄소설의 면모도 띤다. 저자는“나는 이 작품을 쓰면서 ‘네트워크’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려 했다. 네트워크(인터넷)는 위대한 발명품인가? 인터넷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는가, 아니면 전에는 없던 문제를 새로 만들어냈는가? 우리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은 책의 제목 ‘망내인(網內人, 네트워크 인간)’의 유래가 되었다. 이 작품은 또한 교육과 금융사회에 관련된 몇 가지 화두들도 포함한다. 현재 홍콩의 교육은 거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출생률의 저하로 학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그나마 살아남은 학교는 ‘실적’을 중시하면서 영재를 길러내는 데만 혈안이 되었다. 작품 속의 한 챕터는 이런 교육 문제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다. 내용은 사실상 네트워크와 인간의 관계, 인과응보 등등의 커다란 주제 위에서 흘러간다. 작품 속 모든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기원한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다. 『망내인』의 ‘망(網)’은 그물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원인과 결과가 촘촘하게 연결된 그물 속에서 살아간다. 『망내인』의 등장인물들도 한 명 한 명이 크고 작은 인과관계로 얽히고설켜 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이루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이다.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망내인』의 이야기가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는'문제를 안고 잠이 들었다가 답을 안고 깬다.'라는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는 우리가 멍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혹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정보를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온통 바깥세상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는 얻지 못할 것이고, 결국 '자기' 안에 있는 '진짜 자신'을 절대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자신을 믿을 수 없는 자. 그 누가 믿을까“<마크 주커버그>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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