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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근로의 그늘] '등잔 밑' 국회직원 "80시간 일하지만 영감님 한마디면…"
[52시간 근로의 그늘] '등잔 밑' 국회직원 "80시간 일하지만 영감님 한마디면…"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8.03.08 01:1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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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밤 국회 본청과 국회회관 모습.(사진=김영봉 기자)
지난 6일 밤 불켜진 국회 본청과 국회회관 모습.(사진=김영봉 기자)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오늘부터 정치인은 52시간 근로, 그거 제한 없다. 필요하면 밤샘하고, 출퇴근 시간이 별로 의미 없다. 당 사무처에서 ‘당무 52시간 준수 그런 말 안 나오게 하라고 했다.”

52시간을 단축을 내용으로 하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지난 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농담처럼 말한 진담같은 말이다. 그래서 였을까? 익명을 전제로 만들어진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지난 5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어느 국회의원 보좌관의 글이 올라왔다.

국회에서 주당 80시간을 일하면서 52시간 근로단축법을 자기 손으로 작성한 장본인들은 변경된 법을 절대로 누릴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글을 올린 A보좌관은 “아침 7시 반에서 8시에 출근한다, 조찬이 주 1~3회는 있으니 그런날은 7시에 출근해야 한다”며 “다음날 상임위나 현안이 있는 날이면 (밤)10시는 기본이고 국정감사나 예산심의가 있는 날은 퇴근을 못하는 것도 부지기수다”고 토로했다.

A 보좌관은 “집에 가서도 그냥 쉴 수는 없다. (의원)영감님의 한 밤중까지 이어지는 톡 주문에 즉시 답변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주말에도 예외는 아니다”며 “(4일)어제 국회 환노위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었다는 것을 큰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물론 내 동료인 보좌진들이 주당 80시간씩 일하면서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변경된 52시간 기준도 보좌진은 절대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국회 한 보좌관이 국회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라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린 글 (사진=여의도 옆 대나무숲 캡쳐)
지난 5일 국회 한 보좌관이 국회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라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린 글 (사진=여의도 옆 대나무숲 캡쳐)

 

◇보좌관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52시간 근무는 지키기 힘들어”

그럼 실제 국회 보좌관의 근무시간과 여건은 어떨까.

7일 아시아타임즈가 국회 여야 일부 보좌관에게 근무실태를 확인한 결과 상황마다 다르지만 국회의원 보좌관은 업무상 근로시간 52시간을 지키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회 업무상 상임위원회나 행사, 국정감사 등으로 인해 장시간 근로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 B보좌관은 “여의도 옆 숲에 올라온 글을 공감한다”며 “실제로 보좌관들은 업무량이 상당하다. 의원 보좌부터 시작해 행사 ,업무보고는 물론 기자들과도 만나야 하고, 상임위가 있는 날은 퇴근을 할 수 없다. 솔직히 토요일 하루만 쉴 수 있다”고 털어놨다.

B 보좌관은 “의원실당 9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업무량과 인원수를 따져봤을 때 업무 처리에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수행원 2명과 인턴 2명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4명이서 일을 하게 된다”며 “일단 사람이 부족하고 업무를 수행하는데 인원이 충원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장시간 근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 C보좌관은 여의도 옆 대나무숲은 익명으로 처리돼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도 52시간이 지켜지기는 만무하다고 털어놨다.

C보좌관은 “16대 국회서부터 일해 왔는데 그 당시에 비하면 업무 강도나 근로여건은 많이 바뀌었다. 의원실에서 근무시간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일이 많은 것은 똑같다”면서 “업무시간에 기자들의 전화부터 민원인 상대, 시민단체 대응 등을 하고나면 시간이 다 지나간다. 페이퍼 워크 하려면 퇴근 시간인데 그럼 일은 언제 하겠냐. 다른 당들도 마찬가지다. 의원님들이 칼퇴근 하고 가라고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길 만무하다. 각자의 일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보좌관은 “하지만 국회 특성상 일반적인 근무형태와는 비교할 수 없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근무형태를 감내하지 않고 들어온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불만 이외에도 연가 사용에 대한 불만도 올라왔다.

글을 올린 직원은 “(국회)회관 내 연가 사용에 대해서도 제발 공론화 됐으면 좋겠다”며 “의원들 본인들이 못 쉰다고 직원들도 쉬면 안된다는 것은 무슨 심보냐. 근로시간 단축 법안도 통과 된 마당에 국회는 어째서 왜! 치외법권 지역인건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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