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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문자 시대의 종말, 너무 빨리 다가온다
[김형근 칼럼] 문자 시대의 종말, 너무 빨리 다가온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8 09:0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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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을 모르고 글자를 해독하지 못하면서도 심오한 사상과 철학을 강의하는 위대한 철학자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럴 수가 충분히 있다. 우리는 그 예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와전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글을 모르는 일자 무식꾼이었다고 한다. 아니 그는 문자를 싫어했다. 그래서 그는 책을 항상 경계했다. 기록된 문자는 사람의 창의적인 영혼을 파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문자는 누군가의 과거의 행적을 모방하는 수단일 뿐이며 새로운 사고를 형성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믿었다.

그는 글을 모르면서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당대 유명한 제자들을 거느리면서 그들에게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강의했다. 그러나 언변은 너무 대단했다. 그리고 강의 방법이 대단했다. 제자들에게 특정 주제를 주고 각자 발표하게 한 다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이었다. 소위 ‘소크라테스 강의법’으로 대학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방법이다.

그러면 지금도 글을 모르는 위대한 스승이 탄생할 수 있을까? 그렇다. 과학의 발전으로 문자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되고 대신 말의 시대가 도래한다. 아니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하와이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이자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 교수는 "문자(letter)의 시대가 사라지고 말(oral)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을 방문한 데이토 교수는 필자에게 이런 이렇게 들려주었다. “그와 같은 시기가 곧 올 겁니다. 그래서 문자의 시대가 사라지면 말이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인기를 끌 겁니다. 아마 그 때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세계적인 문호의 유명한 작품들도 다시 새롭게 인기를 끌지 않을까요? 문학을 글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기 때문이죠." 그는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 연구를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끌어올려 ‘미래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미래학자다.

말로써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다. 이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도 퓨처리스트(The Futurists)라는 미래 연구 잡지에 기고한 'The Post-literature Future(후기 문자시대의 미래)'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6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문자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나이스 빗은 경제평론가로 더 알려진 학자다. 40년간 IBM과 코닥 등 유수 업체의 경영진으로 활동해 왔다. 정보화 사회의 변화를 제시한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문자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매체(종이신문)가 점차 인터넷(전자)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사들도 인터넷 부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종이 신문의 권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십 년 전과 비교해도 천양지차다.

문자 시대의 종말을 뒷받침하는 주장에는 바로 음성인식기가 있다. 음성을 문자로 변환시키는 이기기가 대중화되면 문자 시대의 종말을 향한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뉴스를 듣다가 '다른 것(pass)'이라고 말하면 다른 프로그램이 나온다. 또 뉴스를 글자로 받을 수도 있다. 방송뉴스만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상대방과의 대화도 그렇다. 말로 하면 문자로 나타난다. 이제 문자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다.

컴퓨터 앞에서 말을 하면 기계가 그걸 알아듣고 화면에 말을 글로 쓴다. 그 다음 전송을 클릭하면 상대방에게 전달이 된다. 정치가나 웅변가가 하는 연설문이 아니라면 말 속에는 굳이 문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감정도 전달할 수가 있다. 거기에 익숙하다 보면 글을 배울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문제점도 생긴다. 글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문맹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데이토 교수는 예측한다.

이미 많은 출판사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시키고 있다. 서점도 여전히 불황이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글쟁이들’의 수난은 말할 것도 없다.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만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의 빌 게이츠를 탓할 수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꾸짖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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