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06-21 00:00 (목)
[김형근 칼럼] 유승희 의원이 발의한 ‘미군 위안부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
[김형근 칼럼] 유승희 의원이 발의한 ‘미군 위안부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12 08:39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정자가 순간 멈칫하는 것 같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정: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바닥으로 삼고, 그러면서 미군들을 받았다… 동지섣달에 구덩이를 이렇게 파고서, 거기에 들어가 팔으라면 팔고… 몸을… 한 놈하고 나면은 그 담에 딴 놈, 또 한 놈, 또 딴 놈… 씻지도 못하고… 죽지 않고 여기까지 이 나이 먹도록 살아온 것만 해도 진짜… 참… 살아온 게 미쳐버리겠다.”

지난 2013년 6월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기지촌 여성이었던 김정자씨의 증언을 토대로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이 출판되어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권 활동가인 김현선씨와 함께 자신이 미군 위안부로 있었던 기지촌을 다니며 증언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파주 용주골 기지촌을 시작으로 동두천 홍콩 빌리지, 평택 안정리 기지촌, 대구 왜관 기지촌, 부산 하야리아부대 기지촌 등 전국의 기지촌을 다니며 김정자씨가 겪었던 피해를 책으로 낸 것이다.

특히 양공주, 양색시라고 불렸던 기지촌 여성들의 피해 사실까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미군에 의해 살해되거나 포주에게 인권 유린을 당해도 평생을 가난과 폭력에 허덕이면서 살 수 밖에 없었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눈물 흘리며 증언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박정희 정권 당시 기지촌정화사업의 내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미군 위안부'라는 용어는 낯설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성매매에 종사한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강압적으로 끌려간 피해 여성들과 전쟁 이후 미군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기지촌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생각과 달리 '미군 기지촌 위안부'라는 명칭은 지난 날 한국 정부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한 카테고리에 묶어 넣은 공식적인 명칭이다. 다시 말해 기지촌 여성들의 고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동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원된 언어가 아니라 ‘행정 용어’였다.

정부는 이러한 범주에 넣어 이들을 관리했으며 언론 역시 이들을 ‘위안부’로 명명했다. 그리고 박정희 정부가 직접 이들을 '위안부'로 관리했다는 점은 국가가 이 여성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국가권력을 악용했는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군기지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 정부와 미군의 계획적인 관리와 통제를 받으며 위안부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

최근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심 법원이 국가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탄력을 받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국회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히고 해당 법의 통과를 위한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이 ‘미군 위안부 법안’을 처음 발의하였으나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인 상태에 있다.

북미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웬만하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상책이라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은 상호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지속되어야 한다.

진실은 파헤쳐져야 한다. 그리고 진실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미군 위안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가가 포주가 되어 자행한 폭력과 그 출구 없는 폭력의 울타리 안에서 슬프고 비참하게 버려진 또다른 위안부들을 질곡의 역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그들은 기지촌을 기웃거린 여성이 아니라 권력에 희생된 위안부였다.


hgkim54@naver.com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