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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말한다] “'미투'해도 그때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청년이 말한다] “'미투'해도 그때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 이선경 기자
  • 승인 2018.03.1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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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이선경 기자] “동아리 뒤풀이 자리에서 자신을 17년 선배라고 소개한 아저씨가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더니 지금 입고 있는 속옷 색이 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테이블에 있던 이들은 다들 못들은 척하더라. 내 대학생활이 엉망이 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 집에 왔다. 최근 미투가 활발하지만 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배는 유명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니기에 난 더 두렵다. 온 국민이 내 편에 서서 날 지켜주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대학생 박지민(가명·23·여)씨>

"20살 봄, 상경한지 얼마 안됐을 때 지하철 안에서 처음 성추행을 당했다. 끈적하고 기분 나쁜 손에 겁에 질려 소리 한 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도망쳤다. '미투(Me Too) 운동'은 매일 경험하는 두려움에 대해 말하기 위해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시작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야 겨우 소리치려 하지만 소리친다고 해서 그때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생 신민지(22·여)씨>

최근 '미투 운동'이 사회적인 이슈다. 문화계는 물론 연예계, 정치계로 확산되고 있는 권력자들의 성추행 소식에 청년들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채모(24·남)씨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성폭력·성추행 사건이 밝혀질 때마다 충격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 내에서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 외모에 대한 성적 언급,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희롱부터 화장실 몰래카메라, 성기노출 등의 육체적 성희롱에 쉽게 노출돼 피해학생이 상당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9월 전국 대학생 5555명을 대상으로 학내 성희롱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483명(26.7%)이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점과 졸업 그리고 취업을 앞에 둔 대학생들은 성추행을 당해도 이를 털어놓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가해자가 선배 또는 스승이기 때문에, 또 자신은 힘이 없는 학생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또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아 속앓이만 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투 운동'은 대학 내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서울시 경희대학교에서 ‘마녀와 광인들의 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이 미투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이선경 기자)
지난 8일 서울시 경희대학교에서 ‘마녀와 광인들의 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이 미투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이선경 기자)

경희대학교 여성주의 웹진 '순(SOON)'은 지난 8일 ‘마녀와 광인들의 밤’ 행사를 열었다.

행사를 기획한 김민주(가명·35·여·경희대대학원)씨는 “(지금은) 미투라고 불리지만 예전부터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여성·인권단체와 개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미투 논쟁은 성폭력 가해자의 가학성, 변태성과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서 끊어낼 것인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언론의 포르노적 소비에서 깊은 고민 없이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성폭력이 재생산되는 문화와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대화가 더 활발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 성폭력 피해자 신상털이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공론화하는 페이지도 생겼다. 지난달 24일 개설한 ‘연세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기준 개설 17일 만에 2875명의 팔로워를 기록했다.

이 페이지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알라'다. 이 페이지가 개설된 이유가 "자기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받을 만한 내용이란 걸 느끼면 좀 절제하지 않을까"라는게 운영자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사회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미투가 더 확산돼 사회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투 운동이 아직 '유명인'에게만 머물러 있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 씨는 “미투가 활발해짐에 따라 앞으로의 범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투 운동이 유명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 가해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죗값을 치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일 ‘연세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 (사진=이선경 기자)
12일 ‘연세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 (사진=이선경 기자)

  sklee0000@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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