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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가 건강한 사회운동으로 뿌리내리 위한 조건
[사설] ‘미투’가 건강한 사회운동으로 뿌리내리 위한 조건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3.13 08:3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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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방위로 확산되면서 남성중심 한국사회의 풍경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다. 지난 1월1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의 불길은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이후 종교계, 정치권을 넘어 대학가, 직장 등 사회 전 분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매일같이 새로운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건전한 사회운동을 넘어 남녀갈등 구도로 변질 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을 기피 하거나 미투 운동이 마녀사냥에 가깝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여성들은 남성 자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며 비하하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조직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직장사회다. 회의에서도 남성 직장상사는 여직원들과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또한, 신체적 접촉은 물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농담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로 조직문화가 흘러가고 있다 혹시나 있을 성추행과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로 퇴근 후 하던 회식자리를 점심시간으로 변경하고, 회식 자리를 줄이는 분위기다. 부득이 저녁에 회식을 할 경우가 생긴다면 무조건 1차에서 끝내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직장은 여직원들과는 회식을 점심시간에 하고 남자직원들끼리만 연락해서 따로 술자리를 하기도 한다.

해마다 매년 음주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개강을 맞은 대학가 역시 뒤풀이 술자리나 MT(단체여행) 자체를 멀리하는 모양새다. 대부분 대학의 학생회와 학회 등은 단체 차원에서 미투 운동 관련 대자보를 게시하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을 실었다. 이달 9일 서울 시내 모 대학의 익명게시판에는 남자선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잘못 될 수 있으니 참석 자체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학과 환영식에서도 다양한 성폭력 예방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교수나 강사가 강단에서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손님의 ‘갑 질 논란’이 반복됐던 유통, 서비스업계에서도 손님이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증하듯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일하며 고객의 성희롱 언행을 참아야만 했던 여성종사자들은 미투 운동 이후 막말과 폭언을 퍼붓는 ‘악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한결같이 “최근의 사회 분위기가 무서워 그런 듯하다”고 평가하며 “이번 기회에 갑을관계를 떠나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우리사회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투 운동이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무차별 폭로와 마녀사냥 식 여론재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호하게 하며 적지 않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우선 남녀 간에 서로 혐오하는 감정들이 ‘에스컬레이터’ 되며 갈등 구도로 변질 되는 모양새다. 자칫 이러한 감정들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된 청년층의 비혼 인구를 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여직원을 뽑기가 부담스러워 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며, 조직 내 여직원들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또 다른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렇듯 여러 부작용도 노출되고 있지만 미투 운동의 거대한 물줄기는 바뀔 수 없다는 여론이 대세다. ‘미투’는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권력구조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운동이며 양성평등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시대정신’이자 성 평등이 결핍된 민주주의를 완성하자는 ‘제2의 민주화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다한 폭로와 여론재판, 피해자 노출 같은 폐단도 이 기회에 함께 없애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을 전제로 미투 운동이 왜곡된 사회시스템과 남성의 인식을 바꾸는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야만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미투 운동의 성공과 확장을 위해서는 남성들의 공감과 각성이 필요하며, 종래에는 남성들의 '위드유(#WithYou)'운동 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때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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