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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안녕, 아빠’
[정균화 칼럼] ‘안녕, 아빠’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3.14 08:3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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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타이거 우즈는 타이거 우즈고, 너는 너다. 항상 아빠는 너 만의 인생을 살라고 했어요.” just be yourself(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라)의 약자인 ‘just be’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자신의 오른손 검 지손 가락에 새겨두었다. 살색으로 쓰여 진 '아빠'라는 문신도..“문신 새긴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이왕 하려면 화끈하게 용이나 호랑이 문신을 크게 하고 다니지 그게 뭐냐’고 하데 예. 아빠도 나도 화끈하니까요. 그래서 진짜 해볼까 하고 팔에 용 문신 스티커 같은 걸 붙이고 다녀봤어요.”

대니엘 강(강효림)의 입에서 아빠라는 단어는 골프라는 단어만큼 나왔다. LPGA 투어에서 뛰는 재미 교포선수인 그녀의 아버지는 2014년 US오픈에 대니엘 강을 응원하러 갔다가 쓰러지셨다. 대니엘 강은 새벽까지 컴퓨터 속 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깨어 있을 때도 많단다. 2017년 3월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 필즈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브룩 헨더슨(캐나다)에서 대니엘 강은 첫 우승을 했다. 144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한 감격도 크겠지만 암투병 중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2014년 10월 두 주 연속 자동차가 걸린 홀에서 홀인원을 해 화제가 되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것이다. 최근 LPGA 싱가포르에서 ‘HSBC위민스 월드 챔피언 대회’에서 아깝게 ‘미셜 위’에게 한타 差로 2위를 했다. 대니엘 강의 아버지는 증권 관련 일을 했고, 어머니는 의사이다. 《안녕, 아빠, 著者 패티 댄》에서 당신의 첫 번째 상실의 기억은 어떠한가? 키우던 금붕어가 죽었을 때 부모들은 "놀러 나갔어."라고 둘러대지만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안다. '이제 다시는 금붕어를 볼 수 없겠구나.'라고, 그리고 '금붕어 이야기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이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볼펜, 클립같이 일상적인 단어들을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은 순간 뇌암 판정이 내려지고, 이제 아내의 일상은 보호자로서의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위태롭게 이어졌다. 가슴 아프지만 대면해야만 하는 상실을, 이별을, 죽음을 말하는 올바른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인 소설가 ‘패티 댄’이 결혼 10년째에 맞닥뜨린 남편의 시한부 판정과 죽음까지, 그 1년 동안의 상실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절제된 문체로 풀어낸 실화 에세이이다. 이 에세이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같이 무거운 단어는 언급조차 꺼리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서 죽음을,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암에 걸렸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슬픔 속에는 배신감도 있다고 한다. 둘이 함께 설계했던 아름다운 미래를 암이, 암에 걸린 배우자가 망가뜨렸다는 원망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티 댄은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원망과 절망 속에서 보내기보다는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죽음을 앞둔 남편, 남겨질 자신, 또한 너무 어려서 아직 죽음을 이해하기 힘든 아들 ‘제이크’까지 모두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이별을 준비했다. 정직하게 슬픔을 들여다보는 패티 댄의 경험은 우리에게 '가슴 아프지만 대면해야만 하는' 상실, 이별, 죽음을 말하는 올바른 방식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영화 한 편에는 기쁜 장면도 슬픈 장면도 모두 다 섞여 있다. 그래서 기쁜 곳만 바라보고 슬픔이 올 때 한쪽 눈을 감아버린다면, 영원히 미완성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니엘 강’골프프로선수와 ‘패티 댄’의 에세이를 통해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에만 얽매어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정이 무엇인지,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숨김없이 이야기하면서 치유되는 상처 그리울 땐 마음껏 슬퍼하라, 사랑은 상실을 넘어 추억이 된다. 가족은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어내는 울타리다. “자기의 자식에 대하여 아는 아버지는 슬기롭다.”<세익스피어>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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