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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이제 환경病이 세균病보다 더 무섭다
[김형근 칼럼] 이제 환경病이 세균病보다 더 무섭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14 09:3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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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봄이 기지개를 펴고있다. 남쪽 지방에서는 벌써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오늘 낮 기온은 무려 섭씨 20도를 넘어섰다. 이제 개나리를 시작으로 진달래, 벚꽃 등 많은 봄의 전령들이 그 자태를 뽐낼 시기다.

그러나 우리에게 봄이 그렇게 달가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기분을 빼앗아가는 미세먼지, 그리고 황사 등 공해 때문이다. 특히 ‘죽음의 먼지’, ‘잿빛 재앙’, 그리고 ‘은밀한 살인자’ 등 수많은 악명을 지닌 미세먼지(PM10)가 아름다운 봄의 희망을 퇴색시키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10마이크로그램 이하의 먼지를 뜻한다. 인체의 폐포까지 침투하여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인체의 면역기능을 악화시킨다. 분진(粉塵)이라고도 하는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수많은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총칭하는 말이다.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이제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고 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도 마스크는 예외가 아니다. 한파가 가니 미세먼지가 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를 기록하고 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은 출중한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세균들과 싸움을 계속하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과 같은 예방주사나 치료약을 개발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은이나 납,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 오염 질환이나 오존,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아토피, 천식과 같은 병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방법을 찾아 고칠 병이 아니다. 이 병은 행정가와 정치가들이 고쳐야 할 병이다. 최근 아토피의 피해는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제 질병은 세균 감염에 의한 질병보다 환경으로 인한 병이 더 심각한 때가 되었다.

지난 60년대 말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경제대국으로 진입하던 일본에게 별로 반갑지 않은 낯선 이방인이 나타났다. 카드뮴 중독으로 일어난 대표적인 공해병 ‘이타이이타이’ 병이 주인공이다. 다. 후지야마현(富山縣)에 있는 미츠이(三井)금속광업소가 배출한 폐수가 농작물과 식수를 오염시켜 주민의 체내에 축적돼 중독환자가 발생했다. 일본은 당시 산업화의 그늘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서울 지국의 다카츠기 타다나오(高槻忠尙) 특파원은 2006년 당시 필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는 일본이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시기였다. 산업화의 시기다. 이타이이타이는 일본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스승이나 다름없다. 그 후 일본의 환경정책이 아주 많이 변했다. 세계 환경정책에 일본은 앞장서고 있다. 이타이이타이병의 출현으로 정부나 기업의 기술개발정책에는 환경전문가가 꼭 참석해서 자문을 듣는다”

세계 최대 공해 배출국인 중국의 산업화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해 문제다. 공해 배출로 인해 엄청난 환경규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수도 베이징의 공기오염 때문에 올림픽 취소를 둘러싼 잡음이 대단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중국이 엄청난 환경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이 왔지만 봄이 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억울하게 흉노로 시집간 중국의 4대 미녀 가운데 한 사람인 왕소군(王昭君)이 고향을 그리며 한탄하는 말만이 아니다. 바로 미세먼지로 인해 봄을 봄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한 우리에게 그 봄은 결코 봄이 아니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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