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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펜스 룰’ 부작용
[정균화 칼럼] ‘펜스 룰’ 부작용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3.19 08:5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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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최근 사회 전반으로 甲 질하는‘미투(Me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펜스 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투’운동은 지난해 10월 뉴욕 타임스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6)의 性추문을 최초 보도한 뒤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서검사가 법무부 간부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확산되고 최근에는 연극계를 비롯해 연예계, 문학계 등 각계에서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을 잠재적인 유혹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직장과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펜스 룰’을 실천하며 여성과 단둘이 있는 모든 상황을 피하려는 것은 또 다른 여성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펜스 룰’이란 오해를 사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뜻이며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 남 침례회 故빌리 그레이엄牧師이다.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 집회에서 기독교인의 사역 운영에 있어 지켜야 할 원칙인 ‘머데스토 선언’을 발표했다. ‘빌리 그레이엄 룰’은 성적인 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의혹을 피하기 위해 아내가 아닌 여성과 단둘이 만나거나 식사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후 이를 실천하는 ‘마이크 펜스’美부통령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 둘이 식사하지 않겠다는 것을 지난 2002년 일간 더 힐에 밝힌 인터뷰가 알려지며 ‘펜스 룰’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 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여성 동료와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해결할 방법이나, 여성들이 업무에서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원이나 간부 등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성 비율이 높은 대다수 조직에서 남성이 회의나 휴식 시간, 출장, 회식 등 기본적인 회사 활동까지 여성과 함께 하는 것을 꺼린다면, 그만큼 여성이 경력을 키워갈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는 지적이다. 남성 관리자의 45%, 여성과 일상적인 업무에 불편함을 느낀다며 단둘이 일하기 불편하다는 答이 두 배로 늘었다. 멘토링, 1:1 업무상담이나 조언하기가 어렵다는 응답도 세배 늘었다. ‘샌드버그’는 펜스 룰을 지키려는 남성은 직장에서 그 누구와도 식사하지 않거나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미투 運動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펜스 룰‘을 따르려는 남성들이 국내외에서 늘어났다. 까딱하면 미투를 당할 것이 라며 여성들을 기피대상, '왕따'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직장에서 여성의 기회를 축소하고 여성을 더 고립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차별 받는 이유의 압도적인 1위는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를 꼽았다. 2위는 상급자가 여성을 기피해서라는 답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펜스 룰이 점차 확산하자, 각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펜스 룰은 어쩔 수 없는 남자들의 방어책이고, 여성들도 이에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며 앞으로 30~40%의 비율로 비서 직, 안내 직, 등이 남성으로 교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다.

미투 운동은 ‘권력을 가진 자가 힘없는 자를 상대로 육체적 성폭력을 행사한 행위’를 문제로 삼아 단죄(斷罪)하려는 일종의 사회정화운동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 미투 운동의  본질이 남성과 여성의 문제의 본질을 넘어 일상의 남녀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발성 이성에 관한 다툼까지도 변질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국내의 매출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고작 2.7% 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대기업들도 이사회 내에 여성 임원을 거의 두지 않고 있다. '펜스 룰(Pence Rule)'의 더 큰 문제는 일상의 건전한 남녀 소통에 이르기까지 오해를 부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모그룹의 회장은 사모님 소천 후 가정부를 최근 남성으로 교체, 작은 오해의 불씨도 제거, 펜스 룰의 과잉반응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다. “남자가 야생동물이라면, 여자는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자이다.”<폴리스 바이언>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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