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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특이점주의자들의 주장은 종교적 환상인가?
[김형근 칼럼] 특이점주의자들의 주장은 종교적 환상인가?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1 09:2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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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특이점(singularity)이란 미국 컴퓨터 과학자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 부문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이 자신의 저서인 <특이점이 온다>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특이점을 이렇게 정의했다. “특이점이란 인간의 사고 능력으로는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으로 발달된 기술이 구현되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다.

기존에 경제, 또는 과학 용어로 사용되던 이 ‘특이점’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터넷 용어로 등장했다. 과학 용어로 특이점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함수 값이 무한이 되는 변수 값, 혹은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時空)의 영역을 뜻한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을 뜻한다. 사건의 지평선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너머의 관찰자와 상호작용할 수 없는 시공간 경계 면을 말한다. 그러나 특이점에 도달하면 기존의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다음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한 평면 위에서 만나지 않는 직선인 평행선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용어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특이점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이러한 예측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주로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이다. 이러한 반론을 이해하려면 두뇌에 관한 지식을 조금은 알아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성인의 뇌에는 1천억 개 가량의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다. 뉴런 1개는 축색돌기라 불리는 출력 링크와 수상돌기라 불리는 입력 링크가 이들의 접합부인 시냅스를 통해 다른 10만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그 수치를 계산해 보면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뉴런 사이에 1천조 개의 접합 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냅스 연결은 계속해서 형성되고, 강화되고, 약화되며, 사라지고 있다. 최근 연구는 늙은 뉴런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운 뉴런 역시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이것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관찰하고 테스트하는 ‘물리 구조’에 국한될 뿐이다. 그런데 뇌 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08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석좌교수와 위스콘신 대학의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 교수가 발표한 ‘기계는 의식적일 수 있는가? (Can Machines Be Conscious?〉’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현재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실제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몇몇 사람들은 의식을 생각했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의식이 무형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물체와 다른 어떤 실질적인 내용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이는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과연 인간 지능을 따라올 수는 없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로 컬럼비아 의과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에릭 캔들(Eric Kandel)은 커즈와일을 비롯한 특이점주의자들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응수한다. “신경과학자들 조차도 아직도 두뇌가 의식적인 사고를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소설에서 모순을 찾고, 회로 설계의 정밀함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무형적인 실체를 말이다. 의식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개념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따라온다는 그야말로 “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누구일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나는 누구일까?” 뇌 과학의 종착역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특이점주의자들은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경계가 없는 그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인공지능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의문을 던질 수 있을까?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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