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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병재의 사과와 페미니즘, 그리고 창작의 자유
[기자수첩] 유병재의 사과와 페미니즘, 그리고 창작의 자유
  • 이선경 기자
  • 승인 2018.04.12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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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미디어부 기자
이선경 미디어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이선경 기자]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가 tvN의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극찬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유병재는 비난이 계속되자 빠르게 팬카페에 사과문을 올려 사건을 무마했다.

유병재의 사과는 깔끔했고 논란은 가라앉는듯 했지만, 한켠에서는 '유병재가 과연 사과해야했을까'에 대한 미심쩍인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이 설전은 온라인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유병재는 지난 10일 공식 팬카페에 "드라마를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나요. 이 작품 작가님 감독님 배우님들은 하늘에서 드라마 만들라고 내려주신 분들인가 봐요"라며 "이런 대본을 이런 대사를 쓸 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 좋겠네요. 수요일 목요일이 기다려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드라마 내용을 문제 삼으며 유병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의아저씨'는 20대와 40대의 러브라인을 다루고 있고 폭력적인 장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팬들은 이런 논란이 있는 드라마를 유병재가 극찬한 것에 대해 폭력과 나이차이 등을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자 11일 공식 팬카페에 사과문을 올렸다.

드라마업계는 언젠가부터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의 러브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트렌드로 삼아왔다. 지난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도 당시 만 37세인 배우 공유와 고등학생 역으로 나온 배우 김고은을 러브라인으로 엮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외에도 만 47세 이병헌과 만 27세 김태리가 출연하는 방영예정작 '미스터 선샤인'도 방영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45세 주인공과 21세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형성해 더욱 큰 논란이 됐다. 두 주인공의 나이 차이는 무려 24살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드라마 '밀회'는 40세 여성 오혜원과 20대 남성 이선재의 러브라인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외인 '밀회'를 제외하면 나이 많은 여성과 어린남자의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행은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여성과의 사랑을 꿈꾸는 '환상'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젠더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인데, 미디어와 방송의 막강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매우 일리있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제재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닌가. 

게다가 '나의 아저씨'는 내용상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 지나치게 구체적인 폭력 장면을 묘사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반면, 이같은 비판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심하는 주장도 있다. 드라마 주인공 아이유가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데이트폭력을 연상시켰다는 것인데, 드라마 내용상 아이유는 구타를 하는 대상과 연인관계가 아니라 채무자와 사체업자의 관계였다. 드라마 구성, 선전성에 대한 비난은 작가나 감독에게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분노의 화살은 유병재에게 돌아갔다.

페미니즘은 여성 권익 신장과 평등이 근간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각종 유리장벽에 부딪혀왔던 것은 사실이고 이러한 사회적 관습이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가 성차별을 조장하는 것과 관계없는 특정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유병재는 작가인 만큼 관심 있게 '나의 아저씨' 감독과 작가를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자격이 있었다. 그가 드라마를 극찬했다 해서 폭력과 젠더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임에도 '여성 혐오자'라는 잣대를 들이민 것은 지나쳤다는 의견이다. 유병재를 향한 '마녀사냥'식 비난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반감만 키웠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혐오'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타당한 지적은 언제나 필요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단지 유명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혐오의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 번 방송에서 등장하는 '영포티(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대를 뜻하는 신조어)'들과 20대 젊은 여성의 러브라인, 폭력을 묘사하는 선정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유병재를 향한 비난은 잠시 멈추고 드라마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짚어보고 올바른 젠더가치를 바로세울 방법과 선정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sklee0000@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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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05:50:03
좋은 기사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