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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유전자변형(GM) 작물이 ‘슈퍼 잡초’ 만들어낸다.
[김형근 칼럼] 유전자변형(GM) 작물이 ‘슈퍼 잡초’ 만들어낸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3 10:06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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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모순(矛盾)은 원래 창과 방패를 의미한다. 그러나 서로 대립이라는 말로 쓰이지 않고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같은 시간에 양립될 수 없는 것을 모순이라고 한다.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 그리고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모순이다.

그러면 모든 잡초를 죽일 수 있는 제초제, 그리고 어떠한 제초제에서도 완강히 버텨 살아남는 잡초가 있다면 이를 두고도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첨단 생명과학이 만들어 낸 슈퍼 제초제의 등장은 또 다른 하나의 농업혁명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진화론이 우리에게 보여주듯이 생명현상은 그렇게 과학기술이라는 한방의 공격 수단으로 무너지는 간단한 시스템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방어는 생물체의 당연한 진화의 요체다.

슈퍼 잡초의 본격적인 습격이 이미 가시화되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농민들이 주로 사용되는 제초제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잡초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민들은 몬산토가 판매하는 슈퍼 제초제 글립포세이트 내성(GR: glyphosate resistance)을 가진 슈퍼 잡초의 출현으로 피해를 입고있다.

창과 방패의 모순이 농업사회에서도 일어나고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매년 동일한 제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슈퍼 잡초 출현으로 매년 악화되고 농작물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이 과거 여러 해 동안 해오던 “농약만 살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방식”을 떠나 새로운 잡초 통제와 관리 방법을 강구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있다.

농민들과 내성 잡초와의 싸움은 1996년 몬산토가 GM작물인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 대두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서 같은  형질의 GM옥수수, GM면화, 그리고 GM사탕수수도 도입되었다.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는 GM작물을 제외하고는 밭에 있는 모든 것들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에 농업에서 가히 혁명적이었다.

이 제초제는 미국에서만 연간 8400만 킬로그램이나 살포되고 있다.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 국내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대두, 면화의 90% 이상이 GM종자를 사용한 것으로 대부분은 GR이다. .

GM기술에 의해 개발된 GR작물은 여러 차례의 제초제 살포 등을 필요 없게 만들었다. 현재 많은 농민들은 경작지를 잡초가 없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전적으로 글리포세이트에 의존하고 있다. GM작물은 거의 GR이 있기 때문에 많이 살포해도 죽지 않고 다른 잡초들만 죽는다. 그런데 문제는 잡초들이 이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농업의 만병통치약 글리포세이트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농업분야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터스 에그리 마케팅’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미국 내 전체 농민 절반인 50%가 자신들의 경작지에 GR이 강한 잡초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응답비율은 2011년의 34%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글리포세이트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제초제로 1970년대 다국적 농업 기업 몬산토에 의해 개발됐다. 몬산토는 현재 라운드업이라는 이름으로 글리포세이트를 판매하고 있고 다우케미컬도 ‘듀랑고’라는 이름의 유사 제품을 팔고 있다.

슈퍼 잡초의 출현을 둘러싸고 비난의 화살이 제초제 생산업체에 향하자 몬산토 측은 “제초제 내성이 강한 잡초는 GM작물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슈퍼 잡초 출현과 제초제와는 관련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시민단체들은 GM작물이 슈퍼 잡초 문제를 가속화시켰다고 반박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우수한 제초제 한 방으로 모든 잡초를 없애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모순이었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첨단 살충제가 등장했지만 결국 말라리아를 비롯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모기 퇴치는 요원하다. 제초제도 살충제도 그렇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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