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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칼럼] 멸 치
[조재오 칼럼] 멸 치
  •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 승인 2018.04.24 08:3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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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멸치라 하면 가장 먼저 칼슘(Ca)을 떠올린다. 그러나 뼈와 똥을 발라내고 먹는다면 칼슘 없는 단백질만 섭취하게 된다. 일반적인 물고기의 항문은 배 밑에 붙어있지만, 멸치의 항문은 꼬리 부근에 붙어있다. 이러한 사실로 장(腸)이 다른 어류에 비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멸치는 자신보다 아주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이다. 즉 멸치는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물고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치를 주로 말려 볶아 먹거나 조려 먹고, 멸치젓을 담그기도 한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생멸치로 멸치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신선한 멸치는 생선회 등으로 날로 먹을 수 있지만, 그물에서 멸치를 제거할 때 상처를 입어 좋은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식용 이외에도 가다랑어와 같은 육식어의 낚시 먹이, 비료 등에 이용된다.

멸치는 멸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학명은 Engraulis japonius TEMMINCK et SCHLEGEL이다. 부화가 갓 된 멸치새끼는 길이 2.1∼2.6㎜ 정도이며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다. 난황은 부화 후 약 3일 만에 완전히 흡수되며 초기의 자어기에는 몸의 배 쪽에 비교적 검은 색소덩이가 줄지어 나타난다. 멸치 무리는 대양을 회유하며 돌아다니는 원양성인 동시에 난류성 어종이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멸치가 대량으로 어획되고 있었음이 문헌 자료를 통하여 확인된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의 함경도 예원군(預原郡)과 길주목의 토산과, 이행(李荇) 등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제주목 정의현(旌義縣)과 대정현(大靜縣)의 토산으로 행어(行魚)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1803년에 김려(金鑢)가 지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는 멸치를 멸아(鱴兒)라고 하였고, 1814년에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의하면 멸치를 추어(鯫魚)라 하고 그 속명을 ‘멸어’라고 하였다.


멸치젓은 새우젓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식품 중의 하나이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김치가 쉽게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추와 젓갈을 많이 넣어 만드는데, 젓갈은 멸치젓을 가장 많이 써서 색깔이 탁하기는 하지만 깊은 맛을 낸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지방에서는 멸치젓을 김치 담을 때 필수적으로 넣는 부원료로 사용해 왔으며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된 지금은 지역에 관계없이 멸치젓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오래전 광주에 살 때 놀란 것이 뿌리 깊은 젓갈 그중에서도 멸치젓에 대한 집착(?)이었다. 어느 집이건 멸치젓을 담는 전래의 독이 없는 집이 없고, 김치라도 담을라 치면 곰삭은 멸치젓에 마늘 파 생강 등을 보리밥이나 찰밥을 함께 갈아서 걸쭉하게 된 것을 고춧가루와 버무려 저려진 배추에 소 대신 척척 바르는 전라도식 칼칼한 김치가 처음에는 낯설었었다. 그러나 익은 후의 전라도식 김치의 감칠맛이란 그야 말로 입에 착착 감겨(?) 다른 어떤 김치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냈다.

멸치를 생물 상태로 접한다는 것이 산지가 아니면 쉽지 않으나 생물상태의 멸치 회나 멸치 회 무침 등의 맛은 가히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지난봄에 가락동 농수산 시장에 갔더니 신선한 기장멸치 생물이 있기에 환호하며 한 판을 단숨에 가지고 와서 손질하여 서울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멸치 회를 맛보았다. 고소하고 씹을 것도 없이 넘어 가는 단 맛은 어느 회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혔다. 회 무침이나 멸치 튀김, 멸치 국 등도 별미이다. 남은 멸치는 염장하여 멸치젓을 담갔음은 물론이다.


jae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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