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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 나는 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청년과미래 칼럼] 나는 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 청년과미래
  • 승인 2018.05.09 09:00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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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박준규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박정희 정권 이후, 국민들은 경제 성장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성장의 시기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삶의 질을 생각하지 못했다. 광복부터 80년대 말까지 한국은 일과 사랑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심리학자 마틴 셸리그만이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을 일, 사랑, 놀이로 생각했음에도 한국인들에게 놀이는 너무나 부차적인 문제였다. 빈곤에서 탈출하는 생존 투쟁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한국은 OECD에 가입을 고려할 만큼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보릿고개는 평평한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생존 투쟁을 넘어 풍요의 시대가 찾아왔다. 생존 투쟁의 족쇄에서 벗어난 국민들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놀이였다. 

놀이를 단순한 카드게임 같은 오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셸리그만이 지적한 놀이는 여가와 연결 짓는 게 더욱 적절하다. 여가 전문가인 허니컷은 여가를 현재의 놀라움과 신비에 마음을 여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가는 단순한 오락이나 사교가 아닌 사색 또는 탐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카드게임이나 놀이공원 방문도 여가가 될 수 있다. 대신 ‘내가 무엇을 느꼈나?’라는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오락은 잠깐의 기분 전환과 쾌락만을 가져올 뿐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여가 회의론자들은 “인생에서 여가가 필요해? 그냥 쉬는 게 여간데?”라며 여가 지지론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냥 쉬는 게 편한 사람들은 오히려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놀이의 의미를 띠지 못한다. 일은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에 불과하게 되었다. 일이 놀이가 되지 못하는 순간 삶은 피폐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선 성과를 내야하고, 성과는 ‘할 수 있다.’는 명제와 결합하며 자기 착취를 강화시킨다. 자기 착취의 대가는 놀이를 잃어버린 피로한 삶이다. 그런 삶은 필연적으로 한 질문에 맞닥뜨린다.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인가?” 경제 성장이 가져온 자아실현이 결코 놀이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모를 뿐만 아니라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 장벽에 봉착한 사람들은 진실한 흥미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것들로 눈을 돌린다. 옛날에는 그 대상이 TV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TV보다 SNS가 여가의 상실을 더 깊게 가져오고 있다. SNS는 명상, 탐구, 사색의 시간을 도와주기에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수없이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매 분 매초 정보의 홍수는 업데이트가 된다. 그 정보는 주의 깊은 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 최신화되는 정보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나날이 발전하는 것만 같은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 모습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그런데도 여가를 즐기며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야 할 시간에 SNS를 하는 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겐 SNS를 대신할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하다. 

인간에게 놀이는 꼭 필요하다. 놀이가 마땅히 삶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놀이는 사람을 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이로 선택하는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분야나 헬스 같은 체육 분야가 우리 삶에 없다고 생각해보자. 삶의 풍요로움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타임 푸어』의 저자인 브리짓 슐츠는 덴마크에 들러 행복도 1위인 이유를 찾고자 한다. 그녀는 자신의 놀이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냐고 질문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아주 의아해하며, 기가 막힌 한 마디를 던진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는 게 아닐까요?” 덴마크 사람들은 지위를 유지할 정도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 놀이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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