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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공정사회로 가는 신호가 되길
[사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공정사회로 가는 신호가 되길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5.14 09:04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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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의 ‘복마전’이 되면서 취업준비생과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은행권에 필기시험이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이른바 ‘은행고시’를 10년 만에 부활시켜 채용절차의 공정과 투명성을 높이고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서류전형은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전문가를 참여하게 하고, 면접에도 외부인사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 부정합격자 발생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은행은 대학입시와 같이 ‘예비합격자 풀’도 운영키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필기시험의 부활은 서류와 면접만으로 이뤄진 전형은 주관적 평가가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로 보인다. 현재 필기시험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시행하고 있는 반면, 신한은행과 다수의 지방은행은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류전형 과정에서 ‘연줄’을 동원한 자격미달 지원자들에 대한 점수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 필기시험 도입은 권고사항이지만 최근 여론이 악화하고, 당국과 연합회가 장기간에 걸쳐 만든 채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은행들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서류전형 자체의 공정성을 높이는 절차도 마련됐다. 모범규준에는 서류전형을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 전문가를 서류전형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부정청탁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면접위원에게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일체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외부위원의 비율은 은행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또한 대학입시에서나 볼 수 있던 채용비리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부정합격자로 판정된 수험생의 합격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예비합격자 명단의 1순위자로 채우는 방식의 예비합격자 풀도 운영한다.


새로운 모범규준은 또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그들만의 채용 기준’도 없애기로 방향을 잡았다. 먼저 성별, 나이, 출신학교 등에 따른 보이지 않는 차별을 금지한다. 일부 지방은행들이 행해오던 ‘임직원 자녀 가점제’ 역시 폐지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입행한 은행원들을 면직시키거나 채용을 취소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청탁, 순위조작 등으로 입행한 직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은행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국내 은행 중 채용비리가 적발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규정이 있는 곳은 없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잇달아 터지자 지난 3월 KB국민, 신한, 우리 등 10개 은행 인사담당 실무자들과 TF를 꾸려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합회는 이 모범규준 초안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후 은행권과의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이 제정되면 각 은행들은 이를 내규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신용카드, 생보사 등 제2금융권도 채용비리가 확인 된 만큼 이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채용비리를 관행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잘못을 시인하는 일종의 ‘참회록’ 같은 성격도 짙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인 만큼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고 실천의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필기시험을 외부기관에 맡기고 외부전문가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한다 할지라도 모든 채용비리를 현미경처럼 콕 짚어낼 방법은 없다. 행여 이들이 회사와 ‘짬짜미’를 하고 채용절차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밝혀내기도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번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은행권이 채용비리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진일보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부디 이름과 같이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운영해 우리사회가 공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길 바란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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