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05-28 16:43 (월)
채용비리, 결국 취업은 성적순…요지경 은행권 채용 "이럴거면"
채용비리, 결국 취업은 성적순…요지경 은행권 채용 "이럴거면"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05.15 05:45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론, 정부 방침에 쉽게 휘둘리는 꼴 '한숨'
"다양한 인재 등용 목표 희석…취업 문턱 높아질 것"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청년실업 해소와 공정한 채용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등을 도입하던 은행권 채용 시스템이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창의적인 인력과 다양한 부문에서의 인재를 뽑기 위해 없앴던 필기시험이 부활한다.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면접에는 외부인사를 참여토록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중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 채용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은행들은 채용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모범규준은 은행이 채용 절차시 필기시험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은행권 채용 면접에서는 외부 인사가 반드시 면접위원으로 참석하도록 하되, 외부위원의 비율은 은행 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채용비리에 대비해 충원이 가능한 예비합격자 명단을 만들고, 임직원제 추천제는 아예 폐지키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중으로 금융당국의 의견을 받고 모범규준을 확정해 다음달 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모범규준이 제정되면 각 은행은 이를 내규에 반영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채용에서 10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시켰다. 금융은 물론 사회, 문화,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출제됐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채용에서 경제·금융·상식·국사 등에서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는 필기시험과 인적성검사 시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논술 시험은 폐지를 검토중이다.

1990년대부터 필기시험이 없었던 신한은행도 이번 채용부터는 모범규준을 적용해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필기시험을 실시해 왔다.

은행들은 이같은 방침에는 따르지만, 여론과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채용방식이 과거로 후퇴하는 세태에 허탈한 표정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사회의 요구와 정부의 방침에 채용방식을 변화해 왔다. 고졸채용, 청년실업, 경단녀(경력단절녀) 해소 등을 위해 각 분야별로 인력을 채용해왔다.

또 기존의 학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성별·나이·전공 등이 무관해도 모두가 취업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채용방식도 바꿔왔다.

아울러 학연, 지연 등으로 채용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면접도 블라인드 방식으로 바꿨다.

필기시험을 통한 채용도 없앴다. 현재 은행은 은행업무뿐만이 아닌 핀테크·해외진출 등에 특화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IT, 외국어 우수자 등은 별도로 뽑았다. 경제 전공자들을 대거 뽑는 관행을 깨고 능력이 출중하고 다양한 인재들을 등용시키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2015년 학력 및 자격증 등 획일화된 스펙 중심이 아닌 현장 맞춤형 인재 채용을 실시해 특성화고 채용 비중을 확대하고 지방 지역 방문 면접도 진행하며 지역별로 균형있게 인력을 채용했다.

작년에는 입사지원서에 자격증, 어학점수항목을 없애고 100%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직무특성과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해 선발했다.

농협은행도 학력, 연령, 전공, 자격 등의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Open) 채용을 실시했왔으며 지역 우대를 통해 지방인력 채용에 적극 나섰다.

신한은행도 이력서상에 기록된 신상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 면접관이 하루종일 지원자들과 함께하며 진행되는 면접방식 등으로 직원을 선발했다. 필기험이 없는 대신 지원자들의 창의력, 논리력, 순발력, 지식의 강인함 등을 평가하기 위해 '돌발면접', '1대 10 토론'과 같은 획기적이고 새로운 면접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채용 전문 면접관들과 함께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입사3~5년차 선배직원들도 참여해 지원자들을 선발토록 했다.

2016년 신한은행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능력중심 채용 전형을 도입했다. 서류전형시 직무와 무관한 기재사항을 최소화하고 구조화된 면접전형을 통해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인성·적성 평가 외에 별도의 직무능력 필기시험은 실시하지 않았다.

은행들의 이같이 다변화된 채용방식이 채용비리 이슈로 인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지침이 오히려 은행 채용정책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애초 필기시험을 없앤 이유는 경제 전공자들만 뽑는 현상을 막고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자는 취지였다"며 "필기시험 부활은 결국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은행들이 공정하게 인력을 뽑기 위한 블라인드 채용방식과 다양한 면접방식이 채용비리를 방지하는데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다양한 인재 채용 등의 순기능을 묵살한 것"이라며 "필기시험 도입 및 면접위원 외부인사 도입 등이 얼마나 채용비리를 근절하는데 도움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또다른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상식을 얼마나 아는지가 아닌, 전문성과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해 우수인력을 구분하기 위해 이뤄지는 제도"라며 "우수인재를 뽑기 위해 갈수록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고, 대신 가점이 더 많아지는 방식으로 바뀌어 은행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ysy@asiatime.co.kr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