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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알피’의 軍隊
[정균화 칼럼] ‘알피’의 軍隊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5.15 18:0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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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어머니는 죽음을 완전히 받아들였지만, 나는 여전히 슬픔으로 몸부림쳤다. 누군가의 품에 안겼던 사람을 빼앗아 가 데려다 놓은 곳이 천국이라면 천국이 그리 좋은 곳만은 아닐 것 같았다. 주님을 섬기다가 죽은 사람들은 행복할지 몰라도, 그들을 빼앗겨 버린 불쌍한 우리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어머니는 한 번도 “내가 죽어가고 있구나.” 같은 말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참을성 있게 아이들을 대하고, 내가 너희들에게 해준 것처럼 아이들을 사랑해 주렴” 같은 말을 남겼다. 어머니는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 아마도 주변에 아무도 없는 늦은 밤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녹음을 남겼던 것 같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기도 했을 것이다. 마치 물 위에 뜬 작은 빙산처럼 전체 내러티브의 8분의 1만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처럼, 어머니에게 죽음의 공포는 물속에 가려져 있는 8분의 7이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을 탐구할 수 있는 실마리와 단서를 제시한 문학 작품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著者 에드위지 당티카』에서다. 모든 죽음은 갑작스럽다. 마음의 준비 같은 건 불가능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날들에 사실 끝이 있다는 것,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싶어 하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그 사건은 늘 불시에 일어난다. 살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크리스토퍼 히친스’만 하더라도 식도암으로 죽어가면서 그 기록을 잡지 『베니티 페어』에 연재했다. 그는 암 환자로서 인간의 품위를 잃어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활용했는데, 비록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의 개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죽음은 삶을 낳지만 삶은 죽음에 이르는 데 불과하다.” 루쉰 연구자 ‘다케우치 요시미’는 말했다. 죽음이 삶을 낳는다는 말은 무엇인가. 만일 우리 삶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의미를 잃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삶의 유한성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어머니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떠난 이를 기억하고 녹음을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이상, 죽음은 끝이 아니며 늘 각자의 삶 속에 기억되고 있다. 특이한 뇌질환으로 발작을 일으킨 뒤 2016년 12월 영국 중서부 리버풀의 올더 헤이 아동병원에 입원했다.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생후 1년11개월 된 아이 ‘알피 에반스’가 28일 새벽 2시30분께(현지시각) 숨졌다. 병원은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명 치료는 아이에게 비인도적인 행위”라며 치료 중단을 주장했다. 그의 아빠인 토마스 에반스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아이의 죽음 알리며 “가슴이 무너진다. 아이야, 널 사랑해”라는 글을 올렸다.

알피의 연명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위터를 통해 “작은 알피의 죽음에 나는 깊은 감회를 느낀다. 오늘 아버지인 신께서 그를 부드럽게 안아주시도록 부모를 위해 특별히 기도했다”고 적었다. 알피는 생후 2년을 넘기지 못한 채 숨졌지만, 그의 죽음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연명치료의 실효를 둘러싼 큰 질문을 던졌다. “생명을 포기할 순 없다”며 아이의 아빠인 토마스와 엄마 제임스 케이트(20)는 계속 치료해 줄 것을 요구했다. 4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영국 법원은 지난 2월 “치료 가능성이 없다”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병원은 23일 알피의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냈다. 이후 알피는 5일 동안 자발적으로 호흡을 이어간 끝에 28일 새벽 사망했다. 알피가 숨진 뒤 ‘알피의 군대(軍隊)’라는 이름으로 그를 지원해왔던 수백 명이 하늘을 향해 풍선을 날렸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는 것처럼 살아라.”<마하트마 간디>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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