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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칼럼] 짱 뚱 어
[조재오 칼럼] 짱 뚱 어
  •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 승인 2018.05.15 18:0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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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조재오 경희치전원 외래교수·치의학박사

얼마 전 모 TV에서 남해안 득량만의 갯벌생태를 방영한 일이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촌로가 뻘배를 밀고 다니며 갯벌에 기어다니는 짱뚱어를 낚싯바늘 4개를 동서남북 네 방향에 갈고리와 같이 대고, 납을 녹여 붙인 낚싯바늘과 긴 낚싯대를 이용해 훌치기낚시로 마치 사냥하듯 미끼도 없이 눈깜짝하는 사이에 짱뚱어를 낚아채어 불과 몇 시간 만에 바구니에 수북하게 잡아내는 그 솜씨는 가히 묘기 대행진에 나가도 될 정도로 신기에 가까웠다.

짱뚱어는 갯벌의 오염물질이 햇빛에 의해 일차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긴 유기물이나 미생물 등을 섭취하며, 갯벌이 조금만 오염돼도 살지 못하고, 증도 갯벌처럼 우수한 청정갯벌에서만 정착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짱뚱어의 서식처는 흔치 않아 해양 오염도를 측정하는 연안 갯벌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문헌의 기록으로 1801년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짱뚱어를 철목어(凸目魚)라 하고 속명은 장동어(長同魚)라 했으며, 조선후기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쓴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눈이 위로 툭 튀어나와 멀리 바라보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 망동어(望瞳魚)라 했으며, 또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전어지(佃漁志)에는 탄도어(彈塗魚)라 적고, 한글로는 장뚜이라 불렀는데 진흙(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거나 뛰어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짱뚱어는 물속에서는 아가미 호흡을 하며, 허파가 없어도 물 밖에서 장시간 견딜 수 있는데, 이는 목구멍 안쪽에 잘 발달한 실핏줄을 통해 공기를 호흡하고 체표로 산소를 통과시켜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이며 짱뚱어는 초식성이기 때문에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 동식물성 플랑크톤이나 갯벌을 훑어서 개흙 표면에 사는 돌말류(규조류) 또는 펄 갯벌에 내려앉은 유기물을 가늘고 미세한 이로 갉아 먹는다.

그래서 짱뚱어가 사는 갯벌 위는 잇자국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으며 겨울에는 굴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게 중에는 칠게와 가장 밀접하게 지내는데 그 이유는 칠게의 집을 자기 집으로 찜해 놓고, 정작 주인인 칠게가 나타나면 지느러미를 최대한 치켜세워 한바탕 결투 끝에 쉽게 칠게를 물리쳐 그곳에 입주하여 칠게 집을 이용해서 끝이 뭉툭한 주둥이로 약 50~90cm가량 굴을 파고 들어가 2~3개의 구멍을 Y자 모양으로 서로 연결해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 놓고 산다.

짱뚱어는 정갈한 갯벌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살아가는 생물인 만큼 비린내가 없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힘과 민첩함까지 겸비하고 있어 몸은 작지만 작은 물개라 불릴 정도로 힘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짱뚱어탕은 건강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짱뚱어탕은 추어탕과 요리법이 비슷하며 바다 생선이지만 쇠고기보다 높은 단백질 함량은 물론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갯벌 덕에 고소하고 담백해서 맛 좋은 고단백 보양 식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짱뚱어는 인공양식도 어렵고 오염이 되지 않는 청정 갯벌에서만 살 수 있으나 점점 심해오는 해양 오염에 따라 그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짱뚱어탕 맛의 비결은 내장 속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애(간)에 있는데, 짱뚱어가 죽은 후 시간이 지나면 애가 녹아버리기 때문에 살아 있는 짱뚱어를 요리해야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짱뚱어 회 또한 별미로 알려져 있다.


jae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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