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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 주황빛 비가(悲歌)
[청년과미래 칼럼] 주황빛 비가(悲歌)
  • 청년과 미래
  • 승인 2018.05.16 10:33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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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표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홍의표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또 하나의 제복이 스러졌다. 취객에 휘두른 주먹에 주황빛 손길은 허망하게 빛이 바랬다. 사람을 살리려는 주황색 제복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에 국민의 추모와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유기견을 구조하다 대형 트럭에 치여 3명의 소방공무원이 순직했던 비극도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공무상 발병한 희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 소방관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위험한 순간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더는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좀처럼 주황빛의 슬픈 노래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사상자 수는 2013년 294명에서 2017년 604명으로 나타나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사망자의 경우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 이외에도 질병에 의한 순직도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 소방관 1인당 국민 수는 무려 1,122명이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해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부족한 인력에 더해 주폭(酒暴)을 비롯한 생활 민원으로 고통을 받는 소방공무원들의 고충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이 본연의 핵심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소방청에서 ‘생활 안전 출동 거절기준’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황별로 긴급한 정도를 나누고, 신고된 사안을 유형별로 나누면서 단순한 문 개방이나 동물 사체 처리와 같은 업무에는 구조 인력 투입을 자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출동 거절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사실상 소방공무원 입장에서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어려워 그 실효성이 불분명하다. 주취자 구조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 사례에서 보듯 실제 현장에서는 소방공무원에게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하는 일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3교대 근무로 인한 격무로 교대 근무 부적응 증후군(Shift Maladaptation Syndrome)은 물론,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감내해야 한다. 현장 공무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온전히 보장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재(人災)가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소방 인력의 단계적 확충을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인력 증원에 뒤따르는 전문 교육과 예산 확보가 이루어져야 실현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소방공무원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해 현장 공무원들의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책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필요하다. 아직 현장 소방대원 중 4.8%만이 적용되는 당비비 근무(24시간 당직 근무를 선 뒤 이틀간 비번을 서는 것)를 확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시급하다. 

소방공무원이 안전해야만 국민도 안전할 수 있고, 그들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들을 넓은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보듬는 세상이 되길 기원한다. 주황빛의 슬픈 노래가 더는 들리지 않길 바란다. ynfacade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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