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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R의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그 뿌리까지 캐야한다
[사설] SR의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그 뿌리까지 캐야한다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5.16 09:32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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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등 공기업에 이어 금융권 채용비리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공기업인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SR의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신입·경력직 공채에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전 대표 등 13명을 입건하고, 이들 중 전 영업본부장과 전 인사팀장 등 2명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루된 청탁대상자 대부분이 SR이나 코레일 전·현직 임원과 노조간부라는 점에서 청년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신의 직장’을 대물림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이 밝힌 SR의 채용비리 실태는 ‘복마전’이라 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현직 임원들에게서 특정인 채용을 부탁 받으면 전 영업본부장 겸 상임이사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인사팀장에게 합격인원과 평가 순위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인사팀장은 ‘윗선’들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서류점수가 합격선에 들지 못한 청탁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상위권에 있는 다른 지원자 수십 명을 무더기로 탈락시키는가 하면 위탁업체에 평가를 맡긴 서류전형 순위까지 조작했다. 일부 임원들은 면접장에 직접 찾아가 면접위원들에게 특정 지원자를 게 합격시킬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이 회사 전 기술본부장은 자신의 단골식당 주인으로부터 딸의 채용청탁을 받아 접수기간이 이미 끝났는데도 직접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건네받아 인사팀에 부정채용을 지시하고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또 전 영업본부장은 전 대표이사의 처조카 채용을 위해 직접 심사위원장으로 나서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청탁지원자가 면접에 불참했는데도 참가한 것처럼 허위 면접 표를 만들어 점수를 높게 줘 합격시키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낯 두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측의 비위를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할 노조위원장마저 임직원들과 한통속이 되어 직접 입사를 권유하거나 채용청탁을 받는 등 모집책이 되어 채용장사까지 벌였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전·현직직원 부모 11명에게서 자녀채용을 청탁받고 청탁자 1명당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3,700만원까지 받아 총 1억23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된 노조위원장 등 13명이 전 영업본부장 등과 공모관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강조사를 진행한 후 검찰에 추가 송치할 방침이다. 따라서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구속 기소되는 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같은 부정 채용 때문에 탈락한 지원자가 총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SR은 공식사과문을 내고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채용비리 피해자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채용비리와 관련한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 가능한 경우, 서류단계 피해자에게는 필기시험 기회를, 필기시험단계 피해자에게는 면접시험 기회를, 최종 면접단계 피해자에게는 즉시채용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해당 피해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시적 정원 외 인력을 뽑는 제한경쟁채용시험도 가능하다.

이날 경찰발표 기자회견장에는 SR 부정채용 피해자가 나와 최종면접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SR에 취업하고 싶어 3년 동안 철도유관기관에서 일하며 준비해왔는데, 부정채용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어떻게 해도 금 수저는 이길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채용비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절시킬 수도 있는 추악한 범죄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코레일 까지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12명이 코레일 출신인 점, 현직 노조위원장이 과거 코레일 노조 서울지부장을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코레일 에서도 비슷한 채용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우리사회에 만연한 채용비리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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