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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코프의 법칙
[정균화 칼럼] 코프의 법칙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5.16 09:2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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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단순한 물리적 시간으로 따지면 코끼리가 쥐보다 훨씬 오래 산다. 쥐는 기껏해야 몇 년밖에 살지 못하지만, 코끼리는 100년 가까이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장의 박동 수를 가지고 잰다면, 코끼리나 쥐나 똑같은 길이만큼 살다가 죽는 셈이다. 작은 동물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리적 현상의 템포가 빠르다. 따라서 물리적인 수명이 짧더라도 코끼리나 쥐나 자기의 일생을 다 살았다는 느낌만은 같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같은 것도 사람이라는 동물의 크기를 빼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크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교양이다. 크기의 생물학 코끼리부터 박테리아까지, 세포에서 개체까지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著者 모토카와 다쓰오]에서 일러준다.

저자는 동물들의 생존전략과 행동방식을 ‘크기’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3톤의 코끼리와 30그램의 쥐는 체중 차이가 10만 배나 나지만, 일생 동안 뛰는 심장 박동수는 약 20억 회로 동일하다. 이처럼 동물의 크기가 다르면 수명이 다르고, 민첩성이 다르고,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 행동권도, 생식 방법도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이런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생명의 특성으로 해석해낸다. 같은 계통의 동물에서는 몸집이 큰 종이 진화 과정에서 더 늦게 출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코프의 법칙’이라 한다.

몸집이 커지면 편리한 점이 많다. 몸집이 클수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아지므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강하다. 천적이 줄어들고, 먹잇감을 얻기도 쉬워진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 몸집이 크면 개체수가 적고 한 세대의 수명도 길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마주하면 이를 극복할 변이 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멸종하기 쉽다. ‘코프의 법칙’은 옳지만 그 까닭은 그런 성질이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거나(정향진화설) 큰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화는 작은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으면 순환계가 필요 없다. 순환계란 몸속의 물을 휘저어 산소나 영양물질의 농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일종의 교란 장치인데, 몸집이 작으면 확산만으로 이 교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으면 호흡계도 필요 없다. 동물들은 외부세계로부터 산소와 영양물질을 끌어들이므로 그 양은 표면적에 비례한다. 그런데 몸집이 클수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아지므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이 늘어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산소를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히 표면적을 늘린 것이 바로 호흡계이다.

그렇다면 지렁이처럼 혈관계가 있어서 붉은 피가 흐르지만 아가미나 허파 같은 호흡 계는 없는 동물은 얼마나 굵어질 수 있을까? 또, 얼마나 작아야 호흡 계나 순환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답들은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하다. 저자는 식물과 동물의 서로 다른 몸만들기 방법의 차이를 골조 건축과 벽돌 건축의 차이로 설명한다. 동물의 몸이 기둥과 대들보를 짜 맞추어 지은 골조 건축이라면, 식물의 몸은 벽돌을 쌓아 지은 벽돌 건축이다. 벽돌을 구석구석까지 빈 곳 없이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 식물의 방법이며, 이때 세포 하나가 벽돌 하나에 해당된다. 이런 건축법의 차이에는 식물세포의 특징인 세포벽과 액포, 그리고 세포의 크기가 관련되어 있다. 동물의 세포는 10미크론 정도지만, 식물의 세포는 훨씬 커서 50미크론짜리도 있다.

같은 다세포생물인데 세포의 크기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은 동물세포와 식물세포의 크기를 결정하는 제약 조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곤충은 변태를 기점으로 식성과 운동 방법을 완전히 바꾼다. 유충 시기에는 별로 돌아다니지 않고 오로지 먹기만 한다. 이때에는 위가 무거워도 상관없다. 날개돋이를 하여 성충이 되면 날아다니는 일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 되며, 그때부터는 소화가 잘 되는 것만 먹는다. 개중에는 성충이 되고 난 뒤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도 있다. 이처럼 곤충은 변태를 통하여 작은 크기의 단점을 극복한다. 곤충의 생활은 다름 아닌 크기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성이다."<찰스 다윈>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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