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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냐 효율이냐"...도마 위에 오른 ‘스마트 항만’
“일자리냐 효율이냐"...도마 위에 오른 ‘스마트 항만’
  • 이경화 기자
  • 승인 2018.05.26 11:0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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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항만 완전무인자동화 추세 속 국내도 도입 ‘속도’
“운영비↓·생산성↑”vs“대량실직 불가피” 갈등
연말까지 로드맵 추진…노동자 반발로 ‘가시밭길’ 예상
중국 상하이 양산항 자동화 부두 전경. 지난해 말 완공돼 현재 시험가동 중이다. (사진제공=ZMPC 한국지사)
중국 상하이 양산항 자동화 부두 전경. 지난해 말 완공돼 현재 시험가동 중이다. (사진제공=ZMPC 한국지사)

 

[아시아타임즈=이경화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항만 완전무인자동화(스마트 항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컨테이너 하역과 이동을 기계가 스스로 수행하는 스마트 항만의 경우 비용이 줄고 생산성은 올라가는 등 여러 장점이 거론됨에도 불구하고 장비를 다루던 사람의 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량 실직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노동자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관련업계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항만 선진화의 핵심을 스마트 항만으로 규정하고 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스마트 항만 도입을 위한 세부 로드맵을 확정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항만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계들이 스스로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실어 나른다.

김명진 해수부 항만개발과장은 “이런 항만이 개장되면 기존보다 운영비가 37% 이상 줄고 생산성은 40% 이상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항만은 이미 큰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중국도 최근 칭다오항·샤먼항·양산항 등 주요 항만 3곳에 스마트 항만을 갖춘 가운데 관련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해수부도 지난 16~18일 중국을 찾아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상해 양산항 등을 돌아보며 국내 스마트 항만 도입을 위한 동향조사를 벌인 바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20~2040년 무려 65개 선석(배가 접안하는 장소)이 들어설 예정인 투아스항 전 시스템을 완전무인자동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스마트 항만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이달부터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비롯한 공동 연구용역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포함한 노·사·정 협의결과 등에 따라 도입대상과 시기 등을 반영해 신항만 건설기본계획 수립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컨테이너항만의 스마트화가 이뤄지면 관련 산업 발전으로 인해 새 일자리는 만들어낼지 몰라도 기존 항만에서 근무하는 현장 인력들의 자리는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조 2교대로 운영하는 현 장비 운전인력과 사무직 등 80%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첫 스마트 항만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부산항 신항은 기존 5개 터미널의 야드 트랙터와 장치장 크레인 운전인력만 2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벽크레인 운전기사와 관련 사무직 등을 합치면 3000명이 넘는 인력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스마트 항만을 도입한 외국 항만들은 이와 관련, 기존 인력을 로보틱장비 모니터링·원격운전보조·시스템 유지보수 등으로 전환 배치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마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현재 스마트 항만 구축에 따른 인력 재교육 등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을뿐더러 기존 장비 운전 인력은 단순 기능직인 데다 40대 후반 이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만 여건을 감안해 고용대책을 마련해가면서 스마트 항만 도입 시기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도 “기존 노동자의 실직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며 “고용 없는 자동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노동자들의 반발로 스마트 항만 추진이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극한적 대립이 아닌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gija99@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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