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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생체시간의 속도’
[정균화 칼럼] ‘생체시간의 속도’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5.28 09:1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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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인간은 1~30세까지 느끼는 체감시간보다 30~60세에 느끼는 체감시간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빨라진다. 우리가 세월의 速度에 대해 덕담할 때 20대는 20km, 40대는 40km, 60대는 60km로 점점 생체시계가 빠르게 흘러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개개인이 고립된 존재가 아닌 사회 속에서 온갖 고민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흐르는 까닭이 대체 무엇인지, 실험과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테일러’敎授는 다음과 같은 ‘시간의 심리학 다섯 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② 새로운 경험과 환경에 놓이면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③ 몰입하면 시간은 빨리 흐른다. ④ 몰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⑤ 완전히 빠져들 때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여기서 ①과 ②는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4만 가지 생각을 하지만 90%는 전날과 똑같은 생각을, 90%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산다.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으로 가득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정보는 별로 없다. 오래 살수록 세상의 새로움은 사라지고 세상일에 둔감해지는 무감각화 현상이 된다. 결국 이런 현상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처럼 느낀다. 반면에 어린 아이들에게 세상은 흥미 그 자체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매일매일, 엄청난 새로운 정보가 아이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③과 ④는 몰입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골프나 바둑 또는 유사한 놀이에 ‘올인’하고 沒入하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경험담이 있다. 반면에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해 휘둘릴 때는 시간이 아주 더디게 간다. ⑤는 고도의 집중이나 엄청난 충격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때 시간은 천천히 흐르거나 아예 멈추어버릴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법칙은 많이 활용하고 시간을 늦추는 법칙은 잘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욱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 같은 시간에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꿔서 시간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수명의 연장 보다 자신의 삶의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변화를 통해 정신적으로 긴 인생을 살 수 있다. 美심리학자 ‘피터 맹건’ 敎授가 행한 실험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스톱워치를 주고는 눈감고 1분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정지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결론은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더 긴 시간을 1분이라고 생각하고 정지버튼을 눌렀다. 10대와 60대 간에 평균 약 5秒정도의 차이가 났다. 사람의 몸에는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는 생체시간가 있다. 생체시계는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느려지며 행동도 둔해진다. 행동이 둔해지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똑같기 때문에 행동의 속도가 느려지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밖 에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반복된 일상이 뇌(腦)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정보의 양이 줄면 기억력이 감속한다. 기억력이 감퇴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은 그 흐름의 실체를 손으로 잡을 수 없기에 늘 탐구의 대상이다. 철학자‘베르그송’은 “시간은 창조이거나 무(無)그 자체”라고 했고 ‘아인슈타인’도 시간과 공간이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했다. ‘루이스 멈포드’는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계 장치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라면서 시계의 노예가 된 현대사회를 지적했다. 따라서 ‘생체시간의 속도’는 사람마다 하는 일의 몰입 정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최고의 삶의 템포란 시간과 시간 사이의 균형을 찾아 자신의 삶의 속도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로버트 레빈>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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