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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기 잡는다더니 '내 집 마련'도 못하게 만든 부동산정책
[기자수첩] 투기 잡는다더니 '내 집 마련'도 못하게 만든 부동산정책
  • 이선경 기자
  • 승인 2018.06.10 14:14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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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이선경 기자] "6월 19일 새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부동산 과열을 불러온 투기세력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해 6월 23일 취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비롯해 부동산 규제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설정, 대출규제 강화, 보유세 개편 등 시장을 옥죄는 규제종합선물세트가 그 결과다.

이 규제들로 인해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매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치상으로 봤을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투기세력이 규제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투기시장이 형성됐다. 분양가상한제로 주변시세보다 수억원 가까이 저렴한 '로또아파트'가 생겨나자 청약시장은 투기세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청약시장에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구름인파가 형성되고 있다. 거래량이 현저히 떨어지며 침체 분위기가 형성된 부동산 시장 속에서 청약시장만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달 31일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려 아파트투유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고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104.9대 1에 달하는 단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규제책들이 실수요자들을 투기세력과의 경쟁에 뛰어들게 만든 것이다. 

오죽하면 수요자들 사이에서 '로또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려면 조상님께 기도하라'는 말이 나올까. 견본주택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있자면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아직도 넘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공급을 늘려야할 때에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보단 규제로 시장을 경직시켰다. 

로또아파트에 투기세력이 몰림과 동시에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도 높아져 불법 청약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청약과열이 의심되는 서울·과천의 5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불법 청약사례가 68건이나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들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며 겁을 주고 있지만 투기세력과 수요자들은 한 귀로 듣고 흘리는 분위기다. "걸리면 벌금 3천만원, 안걸리면 3억 이득"이라는 식이다. 불법 행위를 미리 예방하지 못해 내놓은 사후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들을 위해 집값을 내리고 투기세력을 몰아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새로운 투기시장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또 다른 문제를 키운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다. sklee0000@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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