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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위대한 협상
[정균화 칼럼] 위대한 협상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6.11 17:41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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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한 번은 강의에 늦은 적이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고장 난 트럭 한 대가 차선 하나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머지 차선에는 양 차선의 차들이 서로 대치하면서 비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팔 수 밖에 없었기에 차에서 내려 제일 앞에서 반대편 차들을 막고 경적을 울려대는 택시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운전수에게 다소 강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그러자 운전수는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잘못된 협상법이었다. 즉시 나긋나긋한 말투로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조금만 양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하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다시 그를 최대한 존중하는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정말 간절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아무래도 운전을 가장 전문적으로 하실 줄 아는 분이 먼저 길을 열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그제야 어깨를 으쓱하더니 차를 뺐다.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는가? 그 사람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보는 것, 그것이 바로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의 지름길이다. 세계적인 MBA 와튼스쿨 교수가 자신의 강의 내용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著者스튜어트 다이나몬드』에서 알려준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방법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 기존에 소개되었던 설득이나 말하기, 협상 관련 전문서 등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의 협상 도구는 모두 인간의 심리에 기초하고 있으며,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서 이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별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경우에서든지 통하는 이 협상법은 강경하고 위압적으로 나가야 한다거나 친절하고 유연해야 한다는 특정 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일상에서 인식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에 기반을 둘 뿐이다. 결국 협상법을 통해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건 세계의 협상들 [위대한 협상, 著者프레드리크 스텐턴』은 세계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던 8개의 협정을 소개한다. 협상가의 우유부단함, 강직함과 같은 개인적 성향이 역사의 중요한 기로에서 어떠한 결과를 야기했는지에 살펴본다. 루이지애나 매입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영토 매입이라는 유례가 없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역사의 물길을 바꿔 놓았고,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포츠머스조약을 중재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협상가들의 수많은 재앙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외교적 노력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국가관, 인간적인 고뇌와 연민, 당시의 역사적 배경 등을 다루었다. 이와 같이 협상은‘No’를 ‘Yes’로 바꾸는 타협의 힘이다. 살면서 부닥치는 다양한 거절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것이 곧 협상이다.

최근 우리는 믿기지 않았던 남북협상 회담이나 북미 회담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북미 간 협상은 발 빠르게 전개되고 사전 물밑협상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을 뜻하는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라는 초국가적 안건이 걸려 있는 만큼 협상이 보다 더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남북미 3자가 평화협력체를 구성한 후에 바야흐로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끝으로 거래협상의 달인 트럼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길은 뜻밖에도 트럼프 스스로 이미 마련해놓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거래의 기술』에서 독불장군 같은 행보 뒤에는 그만의 숨은 원칙이 있다. 트럼프는 성공을 위한 11가지 지침을 만들어 행동한다. 그는 위대한 거래 규칙에서 일반적인 요소를 떼어버리고 신화를 깨버린다.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이 모든 것을 트럼프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무튼 위대한 협상을 우리는 기대 할뿐이다.“우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살고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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