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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읍참마속’의 자세로 뿌리 뽑기를
[사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읍참마속’의 자세로 뿌리 뽑기를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6.12 11:5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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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회의 소속 대표법관 115명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법관사찰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해 검찰수사를 포함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하고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일선 법관들의 공식 대표기구가 이번 사건을 법원 내에서 해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선언문은 재적인원 가운데 의장을 제외한 과반의 동의를 얻어 의결됐다. 이날 법관대표회의는 법관대표 21명이 공동 발의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선언 의안’의 각 항목에 대해 반대토론을 벌인 뒤, 항목별 표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관대표들은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추궁’에 대한 의결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초 발의 안에는 ‘수사촉구’라는 표현이 포함됐지만, 반대토론과 수정, 의결을 거쳐 이 같은 표현으로 변경됐다. 법관대표들은 강제권한이 없는 법원 자체조사의 한계점과 진상조사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대다수가 대법원장이나 사법부가 형사고발 등에 직접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촉구라는 표현은 수사기관 등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권한을 넘어 관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등 구체적 수사절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언문상 ‘형사절차’는 수사, 기소, 재판을 의미하기에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은다. 국회의 국정조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같은 법률문제라면 결론은 하나여야 하는데 정치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어떻게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며, 또한 누가 그 판결을 신뢰하겠는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국정조사는 정확한 진실규명은커녕 신·구 집권세력 간의 지루한 정치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참여연대와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등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제 재판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하려면 당시 재판을 한 대법관들을 모두 조사하여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대법원 등의 판사실 여러 곳이 압수수색을 당할 것이다. 과연 이것이 사법부 독립의 핵심인 ‘재판의 독립’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재판은 오로지 법과 원칙, 법관의 양심에 따라 이루어지는 ‘내면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직접 개입해 재판의 과정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범죄의 명확한 혐의보다 단순한 의혹뿐인 현 상황에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을 검찰이 강제수사 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수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도 특검처럼 특별법원을 구성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결국 검찰이 기소해도 법원이 최종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한 검찰수사는 ‘분란의 끝’이 아니라 분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문건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재판거래’나 판사사찰 등 심각한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실제 벌어졌을 가능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형사절차를 통한 철저한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일선 법관들의 목소리는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서라도 사법농단의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철저하게 뿌리 뽑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법원 밖에서도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변호사 2,000여명은 이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대법원 정문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이제 공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이번 사태로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읍참마속’의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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