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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결과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
[사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결과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6.18 08:5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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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반부패부(김우현 검사장)가 17일 KB국민·KEB하나·우리·BNK부산·DGB대구·광주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4명의 은행장을 포함 총 3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금융그룹의 채용비리 의혹은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결과 발표에서 빠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기소된 4명의 은행장 중 3명이 이미 전직이라는 점과, 현직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한 JB금융그룹 회장 등은 범죄정황이 명백한데도 무혐 처리했다는 점에서 ‘현직무죄 전직유죄’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이를 반증하듯 이번에 기소된 은행장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 등 4명이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이미 사임했고, 박 전 행장은 채용비리혐의 외에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조성 혐의로 물러났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이미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옷을 벗었다. 결국 현직으로 기소된 최고책임자는 함 은행장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조직적 범죄에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구속기소 된 사람들 대부분이 인사부장 등 실무책임자라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은행권 내부에선 검찰수사 결과를 두고 ‘조직논리’를 따른 은행원만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각 은행의 채용청탁 리스트에는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등 기관고객, 금융당국 임직원, 정치권 인사, 국정원 관계자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대부분 처벌대상에서 비껴갔다. 이를 두고 “기소된 은행원들은 유죄판결이 나면 돌아올 수도 없다”며 “정작 압력을 넣은 청탁자는 제쳐두고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한 직원만 피해를 뒤집어쓴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검찰은 이번에 은행장의 기소여부를 판단한 기준으로 결재와 직접 지시 여부를 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채용비리 혐의가 제기된 당시 채용과 관련한 계획 수립부터 최종 채용까지 모든 단계를 인사 담당 임원이 전결권자라는 점을 들어 관련 결재라인에서 빠졌던 윤 회장을 불기소했다. JB금융의 김 회장도 광주은행장을 겸하고 있었으나 광주은행 역시 인사담당 부행장이 채용 전결권자라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인사부장 주관으로 대부분의 채용과정이 진행되지만 채용계획과 정규직 채용에 대한 최종 전결권자는 행장이기에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검찰의 잣대는 향후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찰이 최종 결정권자인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등의 사전인지 정황이 분명한데도 결재라인만 보고 이 같은 판단을 한 것은 ‘봐 주기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전국금융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 ‘부실수사’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금융노조는 “개별비리는 물론 성차별 채용도 지주사 회장들이 몰랐을 리 없는 데도 검찰이 구체적 사실관계 소명에 눈감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에 검찰이 밝힌 은행 6곳의 채용관련 비리 건수는 695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은행 임직원 자녀특혜·부정채용이 53건, 외부 유력인사 청탁 367건, 성차별 채용이 225건, 학력 차별 19건, 지역우대 등 기타 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시 말하면 700여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관행처럼 이뤄진 채용비리라는 추악한 범죄에 의해 빼앗겼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기소한 채용비리 사건은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현재 수사진행 중인 신한은행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었다는 비판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준의 결과를 도출하기는 애 저녁에 글렀다는 푸념들이 나온다. 이것이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결과 발표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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