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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사장 바뀌니 탈원전 가속도…내홍 심화 조짐
한수원, 사장 바뀌니 탈원전 가속도…내홍 심화 조짐
  • 정상명 기자
  • 승인 2018.06.20 15:39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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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건설될 원전 사업 백지화에 구조조정 후폭풍 우려
이관섭 전 사장 재평가 목소리도 나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5일 열린 경영 현안 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5일 열린 경영 현안 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함께 신규원전 4곳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에너지 업계가 소란스럽다. 특히 월성1호기는 운영 연장을 취소한 첫 사례로 기록돼 향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생존은 물론 원전 수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1·2호기, 대진1·2호기 등 총 4기의 신규원전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의결했다.

한수원 노조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도둑 이사회'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어느정도 예측했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전인 지난해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脫)원전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지방선거 전후 혹은 늦어도 19일 이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이 실제로 지방선거 압승 이후 탈원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향후 원전이 건설될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지역주민은 물론 국회 원전수출포럼, 한수원 노조까지 가세해 이번 결정에 비난을 쏟아낸다. 

특히 한수원 노조위원장들은 모기업 한국전력 주식까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더이상 노조원의 입장이 아닌 주주의 입장에서 한수원 이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월성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월성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2012년에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됐다. 이후 노후설비 교체와 안전성 검토를 거친 뒤 2015년 6월에 10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았다. 수명연장을 위해 한수원은 안전보강에 총 56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번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2009년 당시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했는데 이제 와서 정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수원 측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해 "경영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하면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발생, 그동안 투입한 비용이 매몰될지라도 조기폐쇄하는게 향후 한수원의 경영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에너지 공기업에는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수원은 정재훈 사장이 취임하면서 탈원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재생에너지·LNG발전을 늘리고 기저발전(석탄·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낮추는게 주요 골자다. 원전·석탄화력 발전을 영위하는 공기업의 경우 고유 사업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정책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수원은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얻는 수익이 총 매출액에서 97%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하지만 정재훈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본부장 물갈이는 물론 탈원전에 동조하는 인사들로 자리가 채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이에 따라 한수원 노조 내에서도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의 뚝심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관섭 전 사장은 마지막까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맞서다 결국 자진사퇴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은 국회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각을 세웠다"며 "이관섭 전 사장은 정부 정책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 하다가 결국 검찰 압수수색을 받고 자진사퇴로 정리돼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건설될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은 "신규 원전이 사라지면서 2022~2023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수원이 석탄공사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원전 사업이 줄어들더라도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될 인력이 늘어나 구조조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는 국내 원전을 고사시키는 정책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전수출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모습에 원전수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늘어난다.

강 위원장은 "원전을 짓는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공급망)이 붕괴되는데 어떻게 수출을 할 수 있겠냐"며 "국내 주기기 공급사·설계사가 꾸준히 일감을 수주하면서 능력이 유지돼야 하는데 신규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정부의 원전수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신규 원전 수출을 확대하려는 목표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전 수출을 식당 운영으로 비교한다면 음식점 주인이 본인은 안먹으면서 음식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과 같다"며 "외국 발주처에서 수출국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실적)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에서 UAE(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도 발주처에서 국내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똑같이 지어달란 요구가 있었다"며 "원전 시장은 안전·기술기준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발주처에서 모델 플랜트를 중요한 선정기준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jsm7804@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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