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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협상에 나선 노동계의 태도가 삐딱해 보이는 이유
[사설] 최저임금 협상에 나선 노동계의 태도가 삐딱해 보이는 이유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7.09 08:4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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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다시 충돌하며 법정 시한 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올해와 동일한 7,530원을 내놓은 반면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올해보다 무려 43.3% 오른 1만790원을 초안으로 제시했다. 노사 양측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격차는 3,260원에 달하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통상 큰 격차를 보이는 초안에서 노사가 수정안을 조금씩 제시하며 간극을 좁혀 왔지만, 올해와 같은 격차를 보이진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1만790원을 제시한 근거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도 내년 최저임금 논의를 올해 실제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7.7% 높은 8,110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가 들어가는 만큼 이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산입범위 개편을 반영한 올해 최저임금을 8110원으로 상정하고 계산할 경우 33%의 인상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금액은 최저임금 1만원에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 분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노동계의 논리에는 상당한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노총이 현재 최저임금의 1.2배 이하를 받는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은 평균 월 2만6,000원, 숙식·교통비는 월 9만9,000원에 그쳤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원)에 적용하면 정기상여금은 월 40만원, 숙식·교통비는 월 10만원을 넘겨야 최저임금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영향 근로자 수는 최대 21만6,000명이며 전체 근로자 수의 1.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에 영향으로 소상공인, 영세사업자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잇단 고용지표악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올해와 같이 최저임금을 동결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높은 인상률이 지속될 경우 지불능력이 취약한 영세자영업자들을 시발로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구분적용이 안 되는 상황에서 가장 열악한 업종을 기준으로 한 제시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합의될 경우 수정안을 내놓을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가 몰린 업종은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 임금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등과 같이 업종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경우 취약한 특정업종의 저임금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 다른 사회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사용자 측이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 협상이 노동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조금은 달라 보인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각종 고용지표 악화를 불러왔으며, 어느 정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경영계로서는 예년과 달리 ‘방어논리’를 내세우기 좋은 조건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공약 이행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을 내세우며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만약 향후 더욱 강경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복귀가 이뤄진다면 대립이 더욱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10, 11, 13일 전원회의를 거쳐 양측 제시안에서 나타난 간극을 좁힌 뒤 오는 15일 0시에 열리는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친(親)노동 반(反)기업 정서로 대변되는 현 정부 하에서 올해는 ‘균형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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