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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vs쌍용건설 '919공구' 분쟁 격화
삼성물산vs쌍용건설 '919공구' 분쟁 격화
  • 정상명 기자
  • 승인 2018.07.16 11:2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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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 대규모 손실 반영
구 삼성물산 가치 하락에 영향
美 헤지펀드 엘리엇·메이슨, 정부 상대로 ISD 진행
서울지하철 3단계 919공구 현장
서울지하철 3단계 919공구 현장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 삼성물산과 쌍용건설이 서울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를 두고 지리한 법정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공사비 지급을 두고 양측이 벌였던 공방전은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 힘을 싣는데 일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쌍용건설을 상대로 공사비 172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지난 2일 14차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양측의 주장을 좁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문제가 발생한 현장은 서울지하철 3단계 919공구로 삼전동 잠실병원 앞에서 석촌동 석촌역까지 총 1.56km 구간이다. 대표사 삼성물산이 54% 지분을 갖고 있으며 쌍용건설(지분율 40%)과 매일종합건설(지분율 6%)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2월 양사가 공동으로 919공구를 수주했을 당시 원가율을 85.1%로 예측했다.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면 총 공사비에서 15% 가량을 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919공구 공사비가 약 2092억원이므로 수익은 312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분율을 대입하면 삼성물산 170억원, 쌍용건설이 126억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공사에 돌입하자 수익성이 점차 악화됐다. 2013년 4월 삼성물산은 쌍용건설에 실행원가가 93.1%로 상향됐음을 통보한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적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쌍용 측은 이를 수긍했다. 당시 삼성물산 측은 건설장비 투입비용 때문에 초기 원가율이 높은 것이고 공사가 진행될수록 원가율이 개선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터라 919공구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후 약 2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2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삼성물산은 쌍용건설에 919공구 원가율이 127.38%로 상승했다고 알려왔다. 착공 당시 300억원 가량 수익이 기대됐던 사업장이 순식간에 적자로 바뀐 것. 적자 규모는 500억원 이상이었다.

삼성물산은 쌍용건설에 추가 공사비를 청구했지만 쌍용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삼성물산 측은 2014년 8월 공사구간에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가율이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쌍용건설이 확보한 삼성물산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부터 919공구가 적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문건을 보면 삼성물산은 2014년 4월부터 '손익만회지원팀'을 운영해 왔다. 이 당시 삼성물산이 추정한 누적원가율은 156%에 달했다. 이를 만회하고자 본사에 25명 이상의 대규모 TF팀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현장에서 작성된 서류로 자체 손익검토 자료라고 보면된다"며 "공식적인 자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919공구 손실 반영이 늦어지면서 당시 법정관리에 있었던 쌍용건설은 공사타절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119조'에 따르면 법정관리 중인 기업은 법원에서 적자 공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쌍용이 손실을 알았다고 해서 타절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의구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삼성물산 기업가치 누르기…오너 지배력 확대 위한 물밑 작업 의혹

919공구에 대한 손실은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안은 심도있게 확대된다. 단순 분식회계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구(舊) 삼성물산이 919공구 대규모 손실을 노출시킨 시점과 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한 시기는 맞물린다.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 공시를 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한 뒤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쟁점은 합병비율이었다. 합병 반대를 외쳤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를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합병을 추진한다"고 비난했다.

합병비율을 산정할 시 양사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상장사의 경우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해낸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시기에 합병을 실시한 점을 지적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과 제일모직의 지배력은 미미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주주(지분율 4.06%)였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이 고평가를 받아야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위: 백만원, 연결기준 (자료=아시아타임즈 취합)
단위: 백만원, 연결기준 (자료=아시아타임즈 취합)

이같은 합병 내용을 발표하기 전 삼성물산은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밑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154억원) 대비 58% 감소한 488억원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여기에는 919공구는 물론 해외 사업장 손실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919공구는 삼성물산에게 78억원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프로젝트에서 309억원의 적자 사업장으로 바뀌게 된다. 원가율 상승은 고스란히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즉 삼성물산 기업 가치를 저평가시키기 위해 919공구의 누적된 손실을 일시에 반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합병 전 삼성물산이 국내 주택사업 수주를 의도적으로 줄여왔다는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린 혐의로 해임됐다"며 "이를 통해 제일모직 가치가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로 구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점은 합병에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 합병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했던 엘리엇이 지난 15일 ISD(투자자·국가간 소송)를 제기하고 우리 정부를 상대로 8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걸었다. 또한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도 우리 정부에 약 1800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투자자로서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생겨난 불씨가 정부 쪽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2000억 공사에 이렇게 큰 손실이 발생한 일은 찾아보기도 힘든 극히 드문 사례"라며 "삼성물산을 믿고 시공에 참여했는데 이같은 상황이 발생해 무척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jsm7804@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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