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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토크] "안전핀 뽑힌 수류탄 쥐고..", 대한-아시아나항공이 남긴 인력부족 사태
[뒤끝토크] "안전핀 뽑힌 수류탄 쥐고..", 대한-아시아나항공이 남긴 인력부족 사태
  • 김영봉 기자
  • 승인 2018.07.10 12:1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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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의 그림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안전의무 위반 공동 1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 모습. (사진=김영봉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 모습. (사진=김영봉 기자)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비행기는 매년 사와서 늘리는데 일할 사람이 맨날 부족해요. 인력부족 문제는 결국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일 아닌가요. 비유하자면 우리는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을 쥐고 일하고 있는 셈이죠.”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기자가 현장에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입니다. 

양대 항공사의 인력부족은 상상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더군요. 대한항공에서는 승무원이 부족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구요.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정비사들이 부족해서 장비 대신 촛불을 들었지요. 물론 이외에도 조종사가, 또 지상직 직원들도 인력이 부족해 ‘장시간’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들은 수년째 휴가조차 가지 못하고 있다지요?

특히 최근 기자가 만난 대한항공 객실사무장은 쌓인 휴가만 약 100일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인력이 부족해 휴가 조차 가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것이 요즘 항공업계의 슬픈 현실이구요.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인력부족으로 보상휴무를 받아야 하는 날짜는 5000일 넘는다지요.   

아시아나항공도 살펴볼까요? 제가 지난주 촛불집회에서 만난 정비사 직원들은 인력이 부족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것은 물론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는 집에 가지도 못하고 쉼없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군요. 수십 년 경력을 가지고도 50대에 대리직에 머물러 있는 정비직이 수두룩 하답니다.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걸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경력 있는 이분들을 모셔가려고 안달이 났답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은 최근 30여명이 다른 회사로 스카웃 돼서 떠났구요. 제주항공은 지난달에만 10명을 스카웃 했다지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직원이나 인력부족으로 “힘들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지난달 26일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탑승객은 없었으며 기체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지난달 26일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탑승객은 없었으며 기체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인력부족의 그림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안전의무 위반 공동 1위     

그런데요. 인력부족의 그림자 뒤에는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승객 안전’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승객안전이었으니까요. 곧 인력부족은 항공 안전위협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깁니다. 

최근 승무원 부족문제로 만난 김민희(가명․여) 대한항공 객실사무장은 “항공기의 주된 업무는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라면서 “승무원이 부족하면 긴급상황 발생 시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우려 했습니다. 

정비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항공 한 정비사는 “실력 있고 경력이 많은 정비사들이 떠나고 있는데도 아시아나항공은 경력직들이 왜 빠져 나가는지도 모르고 신입들만 채워 넣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일하다 보니 피로가 점점 쌓여가고 있고, 결국 우리가 실수라도 할 땐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문제는 이들 양대항공사 경영진들은 인력을 늘릴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직원들이 제발 인력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는데 먹혀들지 않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이날 이들 양대 항공사는 나란히 5년간 안전의무 위반을 가장 많이 해 랭킹 1위에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죠?

이날 안규백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요. 지난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 국적항공사에 안전의무 위반으로 35건이 내려졌는데 이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0건으로 공동 1등을 했습니다. 과징금은 대한항공이 70억원이 넘구요. 아시아나도 24억원이나 됐습니다.  

안규백 의원은 “여객기 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각 항공사들이 안전규정을 확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력부족으로 직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이날 지표로 딱 나타난 셈이네요. 상황이 이런데도 최고 경영진들은 언제까지 없는 인력을 뽑아서 집안 허드렛일 시키고, 언제까지 승무원 집합시켜서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외치게 할 생각이십니까? 곰곰이 곱씹어 볼 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직원들은 오늘도 안전핀 빠진 수류탄을 들고 일하고 있다는 현실, 직시해 주세요. 제발.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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