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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칼 빼든 금감원, 소비자만 있고 금융은 없다
[기자수첩] 칼 빼든 금감원, 소비자만 있고 금융은 없다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07.10 15:26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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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경제부 기자
유승열 경제부 기자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

윤석헌 당시 서울대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으로 낙점되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에 남긴 말이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윤석헌 원장이 취임 두 달 만에 금융권에 칼을 빼들었다.

9일 윤 원장은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불완전판매 방지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금융감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금융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 점검해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종합검사를 오는 4분기부터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폐지된 종합검사가 3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종합검사는 2~3년 등 일정 주기로 길게는 한 달가량 금감원 인력을 금융사에 파견해 금융사의 경영을 샅샅이 파헤치는 검사다. 

다만 그는 "일정 검사주기마다 관행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금융사의 경영이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실시하는 등 '유인부합적'인 방식으로 종합검사를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종합검사 부활의 이유는 명백하다. 소비자 보호다. 최근 금융권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 사고들이 잇따라 터졌다. 삼성증권의 유령배당 사태, 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산정 등이다. 여기에 'CEO 셀프연임', 채용비리 등 경영실태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윤 원장은 금융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금감원의 관리감독을 지목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내놓은 '금융감독혁신 과제'도 골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금감원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당국의 방침은 '찝찝함'을 남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당국은 "코치가 아닌 심판의 역할을 하겠다"며 금융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기로 했다. 사전심사를 사후규제로 바꾸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들의 경영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소비자를 위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종합검사도 그 일환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명분이 생기자 금감원은 돌연 "본연의 임무인 감독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장을 돌변한 것이다. 

금감원의 책임이 있는 것이 맞다. 채용비리 최초 발생지도 금감원이고, 권위가 무너진 것도 금융그룹과의 싸움에서 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혁신 추진의 결과물이 예전으로 회귀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금융권은 이미 활기를 잃었다. 종합검사를 들어오면 한 달, 금감원은 '저인망식 검사'로 모든 업무를 샅샅히 뒤지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자료요청, 담당자 소환 등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때문에 종합검사 이전 만반의 준비를 다해도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산간을 태우는 격이다.

관치금융 부활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이 다시 이를 무기로 금융사 위에 군림하며 '조종'하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종합검사는 그만큼 금융사에게 있어 무서운 것이다. 금감원의 말을 안들을 수가 없게 한다. 어떻게든 잘못을 찾아 철퇴를 내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목표 중 하나인 '금융산업 발전'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금융산업 발전', '금융시장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금융산업 발전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수수료 자율화 등 선진금융 규제를 바라던 금융사들의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에 휘날려 사라진지 오래다. 금융사들은 보험료, 대출 가산금리 산정 등 최소한의 자율성조차 바라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당국은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사 시장자율성을 보장한 이유는 '소비자 권익보호'였다.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국은 금융사들을 옥죄 소비자 권익을 제한하게 되는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사도 수익이 나야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고 자율은 혁신이다. 관치 속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관행과 안주하는 행태가 팽배해질 것이다. 새로운 것을 도전했다가 불완전판매니 약탈금융이니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간 형평성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y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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