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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대한민국, 성숙한 관중 문화가 필요한 때
[청년과미래 칼럼]대한민국, 성숙한 관중 문화가 필요한 때
  • 청년과미래
  • 승인 2018.07.11 16:16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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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불과 며칠 전, 대한민국의 월드컵 역사상 꽤나 큰 이변이 일어났다. 16강 진출을 두고 펼친 전 세계 피파랭킹 1위 독일과의 사실상 마지막 경기에서 랭킹 57위에 약체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무려 2대 0으로 이기고 만 것이다. 후반전이 다 끝나고 나서 주어진 불과 9분간의 추가시간에 영화 속 장면처럼 연속으로 이어진 2골이었다. 독일은 1938년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부터 탈락하게 되었고, 세계 1위인 독일에 질 것을 당연시 여겼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적 같은 상황에 환호했다. 그동안 대표 팀과 감독을 비난했던 여론 또한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나름의 해피엔딩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열심히 경기하던 며칠 동안 이리저리 변하던 한국의 여론을 지켜본 결과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도 넘은 비판이 그 이유이다.
 물론 처음 조별리그에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경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기대했던 축구 팬들의 열망과는 달리 허술한 수비와 경기력으로 계속해서 좋지 못한 성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선수들이 이른바 ‘구멍’으로 보이자 사람들은 그 선수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축구 관련 기사나 갤러리에는 해당 선수들을 욕하고 패러디하는 여러 게시물과 댓글이 올라왔고, 온 국민이 들끓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독일전 이전의 경기 결과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가 못 한다면 비난과 교체 요구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들은 국가의 축구 자존심을 짊어진 대표이고, 그에 따른 기대도 크며, 한 두 번의 실수가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선수들의 개인 sns까지 찾아가며 욕을 하고,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해가며 화를 분출하는 것은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것이었다. 인터넷에 올라 온 수십 가지 ‘짤’들을 보며 sns에 비난 글을 쓴 것을 자랑스럽게 캡처해 올린 일부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못한다면 선수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력에 국한된 문제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과 일상이 비난받아도 되듯이 여기는 것은 너무한 처사이다. 팀이 잘못 꾸려진 것 같다면 건전한 비판과 해결책을 요구해야지 선수 개인에게 무작정 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선수 한 두 명만 희생당하고 막상 더 큰 책임이 있는 누군가들은 조용히 편승하며 묻힐 수 있다. 진짜 잘못이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국민들의 관중문화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경기장에서 자신이 앉았던 자리와 먹었던 음식물을 잘 치우고, 매너 있는 응원문화를 가꾸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프라인의 문화와는 다르게 온라인의 문화는 아직까지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금만 잘못해도 무작정 욕하고, 좋은 결과를 받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싹 태도가 돌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조적으로 ‘냄비근성’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외신 언론에도 한국 대표선수들이 입국할 때 쿠션과 계란을 던진 것이 보도가 되기도 했다. 선수들에 대한 비판을 어느 쪽으로 어떻게 하느냐 역시 그 나라의 품격과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한 단계 성숙한 문화의식을 가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중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kyb@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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