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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하반기 채용문 활짝, 하지만 설 자리 없는데…
은행권 하반기 채용문 활짝, 하지만 설 자리 없는데…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07.17 13:47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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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인력감축 기조 그대로…"일회성 이벤트 그칠수도"
정부방침에 대거 뽑았는데…자취 감춘 고졸 출신 인력들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올 하반기 채용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하지만 이번 채용 발표를 두고 청년 고용효과에 대한 의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 정책에 맞춰 은행들이 고졸 행원들을 대거 채용했지만 이들의 인력배치가 난항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하반기 공개채용 규모는 2,250명에 이른다.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규모를 최대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을 포함해 신입행원 5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하반기 정기공채 규모를 400명으로 늘렸으며, 이와 별도로 IT 분야 등의 전문 인력을 200명 뽑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 10월 하반기 공채 공고를 내고 지난해 수준에 상응하는 450명을 뽑을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수준인 150명 이상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 기조에 따라 그 이상을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려 하는 정부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고용창출을 독려하는 가운데, 1금융권은 이에 대한 역할이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채용확대가 청년실업 해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기적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채용 확대로 은행에 입사해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점 통폐합 등으로 은행권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탓이다.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등 온라인채널이 활성화되고 업무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포 수는 2016년 3월말 4,724개에서 2017년 3월말 4,848개, 지난 3월말 5,027개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총 임직원 수는 7만806명, 7만3,302명, 7만8,430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정부 정책으로 인해 채용된 인력들은 정부나 정책이 바뀌면 앞일을 모른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고졸채용 방침에 행원이 된 사람들을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활성화 정책을 위해 은행들은 고졸 채용에 앞장섰다. 기업·농협·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총 645명, 609명의 고졸 신입 행원을 발탁했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이 경력단절여성으로 바뀐 이후 현재까지 은행들은 고졸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고졸채용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 자리가 사라진 것도 요인이다. 고졸 직원들은 지점 창구에서 단순업무를 전담해왔다. 그러나 최근 업무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이들의 업무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이에 가만히 앉아 눈칫밥을 먹느니 스스로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졸 직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가 사라지자 모두 퇴사했고, 은행들도 고졸채용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고졸직원 수는 급감했다"며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도 현재 고졸채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이 없는 직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으로 업무처리에 인력이 필요하지 않아 현재 은행원들은 투자상담, 자산관리 등에 특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입행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설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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