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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ICO 엑소더스
[창간특집]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ICO 엑소더스
  • 정종진 기자
  • 승인 2018.07.26 04:45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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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금융‧경제 전반 혁신 기획
암호화폐는 범죄 악용 '멍에'
국내 업체, 해외 이탈 가속화

[아시아타임즈=정종진 기자] 최근 아르헨티나에 모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디지털 분야의 기술혁신이 금융시스템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금융과 경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블록체인기술에 주요 20개국(G20)은 물론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암호화폐에 대해 범죄 수단에 악용될 수 있다는 '멍에'를 씌우고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블록체인산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정작 블록체인업체들은 암호화폐 공개(ICO)를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결국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은 ICO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범죄 악용 우려 등으로 인해 손을 놓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범죄 악용 우려 등으로 인해 손을 놓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블록체인 'OK'…암호화폐 'NO'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세우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에 따르면, 블록체인 초기시장 형성하기 위해 올해 축산물 이력관리, 개인통관, 간편 부동산 거래, 온라인 투표, 국가간 전자문서 유통, 해운물류 등 블록체인 6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민간 기업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지원센터를 구축해 테스트베드 및 신뢰성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블록체인 표준화 로드맵을 고도화하고, 주요 산업분야에 블록체인 적용시 업계간 협의 및 호환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를 추진키로 했다.

반면 정부는 ICO 등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책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등 부작용을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다. 암호화자산은 소비자‧투자자 보호, 조세회피,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등의 측면에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명칭마저 화폐로서의 기능이 없다는 근거를 들며 가상통화, 암호화자산 등으로 부르고 있다.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한층 강화됐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 중 이용자 자금을 집금하기 위한 '집금계좌' 뿐 아니라 경비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운영자금계좌인 '비집금계좌'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집금계좌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아 이로 인해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고유재산과 이용자의 자금을 구분해 관리하도록 한 취지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며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금융회사가 비집금계좌의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거래가 발견되는 경우 취급업소에 대해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실시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DD는 고객의 신원 정보 뿐 아니라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자금세탁 방지제도다. 이상거래의 기준은 집금계좌로부터 이체가 단기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비집금계좌로 파악된 계좌에서 집금거래로 의심되는 패턴이 발견된 경우 등이다.

이밖에 FIU는 금융회사들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목록을 공유해 해외 거래소로 송금하는 데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암화화폐를 매입하고, 국내에서 매도하는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자금세탁을 하는 것을 차단키로 했다.

11일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제1차 자율규제심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대 정보보호위원장(왼쪽)과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제1차 자율규제심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대 정보보호위원장(왼쪽)과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국내 블록체인업체의 '엑소더스'

ICO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두터워지면서 블록체인업체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데 하염없이 규제가 풀리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ICO는 블록체인업체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신규 개발 암호화폐를 발급하는 것으로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조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ICO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 해외로 나가 ICO를 준비하는 까닭이다.

규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블록체인업계에서는 당초 이번 G20 회의에서 암호화폐 관련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엔 10월로 연기된 상태다.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정부가 흐름을 같이하는 것을 감안할 때 연내 암호화폐 규제가 풀리기 힘들 것이라는 한탄도 나온다.

반면 ICO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스위스나 싱가포르는 정부가 마련한 일정한 틀안에서 블록체인기업들은 자신들의 창의적 비즈니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내 블록체인업체들로 시장에 '붐'이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ICO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일부 블록체인업체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기술 유출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가 플랫폼-엑셀레이팅-마이닝-월렛-거래소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에코시스템 대신 암호화폐 거래만 성행하는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강력한 규제로 투기 광풍을 잠재울 수 밖에 없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건강하고 안전한 암호화폐 거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자율규제 심사를 진행, 지난 11일 첫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첫 심사였다는 점에서 미진한 부분도 있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현 상황을 짚고 보완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체계 개선에 한국도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합리적 규제를 통해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구축하는 것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j@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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