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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미래 칼럼] 고려인, 한국사람이 아닌 한국 핏줄의 이야기
[청년과미래 칼럼] 고려인, 한국사람이 아닌 한국 핏줄의 이야기
  • 청년과 미래
  • 승인 2018.08.03 12:36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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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얼마 전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고작 스물다섯이 된 카자흐스탄의 스타 피겨 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자신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훔치려던 강도들과 몸싸움 중 칼에 찔린 것이 사인이었다. 데니스 텐은 한국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와 함께 공연한 적도 있어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텐이 대한제국 시절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라는 사실과 그가 한국 핏줄인 고려인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왔다.

 텐의 소식을 들으며 고려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더군다나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했을 때 그 지역 고려인 할머니를 만나고 고려인 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었기에 더 가깝게 느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카자흐스탄에 자리 잡아 그토록 오래 살아오며 고려인이라고 불리게 된 사연이 무엇일까. 이전에 고려인 할머니가 해 주신 말을 토대로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곳으로 강제이주 당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80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에 주로 거주했던 고려인들은 1937년에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정책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조지아 등으로 강제 이주됐다. 이들은 오늘날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역사적 기원이 되었다. 또 다른 해외 동포인 조선족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역사를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고려인들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아무리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었어도 자신의 뿌리가 한국임을 알고 있는 듯하다.

 내가 만난 할머니는 운영하고 계시던 고려인 박물관에 몇 십 년 전 옷감으로 된 쨍한 비단한복들을 전시해두고 부모님의 나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목화농사를 하며 초등학교를 다니고 살아왔던 일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모든 이야기가 굉장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 앞에서 이야기를 하시던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셨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이야기들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6,70년 전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 한국은 어떤 상황이었지 비교해보며 들으니 막막한 이국땅에서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잡초처럼 터전을 잡아 왔을 그분들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외국에서 배추가 없으니 당근으로 김치를 담가먹고 학교 다녀온 뒤에 목화 가시에 찔려가며 솜을 따 내던 일손 돕기 추억을 들었다. 목화철만 되면 학생들이 학교에 안 나오고 다들 목화밭으로 달려갔다는 생기 넘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젊은 사람들마저 다 떠난 터전에서 여전히 양 옆으로 넓은 목화밭을 기르며 살아오시는 할머니의 외딴 박물관을 떠나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박물관 밖까지 배웅해주시면서 마침 밖에서 만난 이웃 아저씨와 우즈베키스탄 말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고려인 또한 힘없던 그 시기 한국 역사의 슬픈 단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제 다시 2018년의 광복절이 다가온다. 올해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고려인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만큼 국내에 살던 사람들 못지않게 해외에 억울하게 나가 맨주먹으로 힘들게 살아야했던 그분들의 시절 또한 떠올리게 된다. 역사가 잊기 시작한, 그러나 스스로를 잊지 않는 고려인들을 이번에는 우리가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것이 어떨까. 아주 잠시만이라도 말이다. ynfacade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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