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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확대 시기가 적절치 않아 보이는 까닭
[사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확대 시기가 적절치 않아 보이는 까닭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8.07 08:4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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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예술인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이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사상 최악의 고용쇼크를 부른 ‘최저임금 2탄’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결정이 특수고용직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역효과를 내게 되면 고용시장 불안을 되레 심화시킬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수혜자들도 자칫 혜택보다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며 마뜩치 않은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인력운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실업급여 부분에 대한 고용보험료만 내도록 추진 중이지만,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볼 때 향후 출산전후 휴가급여, 직업교육비 등의 보험료도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들이 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의 수를 줄이고 이를 외부업체에 맡기려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직업군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인건비 부담만 지우는 이번 조치는 오히려 특수고용직의 일자리를 위협해 ‘제2의 최저임금’ 사태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전체 특수고용직의 약 70%를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보험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용보험 의무화로 이들이 연간 추가 부담해야할 고용보험료가 당장은 435억 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결국 보험설계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단계까지 가게 되면 연간 1조원 이상 비용폭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늘어나는 비용은 보험료로 전가돼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 수 있어 가입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회피하려면 결국 설계사조직을 축소하고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골프장과 학습지업계도 늘어날 비용부담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이미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지출규모가 커진 골프장들은 앞으로 캐디 관련 각종 비용과 퇴직금 등을 생각하면 적자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캐디 고용을 줄이거나 종래에는 ‘노(no)캐디’ 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푸념이다. 학습지업계 역시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학습지교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한다. 보험설계사와 마찬가지로 학습지교사 역시 근무시간이 자유롭고 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데 사업주에게 부담을 지우면 선택은 고용축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의 수혜당사자들도 소득규모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소득그룹은 고용보험료만 내고 별다른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되레 고용보험을 빌미로 일반직 근로자처럼 최고 40% 근로소득세를 적용하면 세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들은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가 설계사 권익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부 소득이 높은 학습지교사들 역시 고용안정을 대가로 향후 추가 부담해야 할 세금인상이 부담스럽게 여겨진다고 토로한다.

어쨌든 이번조치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직 근로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킴으로써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저임금 후폭풍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경우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확대는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직종별 특성을 감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느낌이 강하다. 모든 일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훌륭한 명분보다 시기가 더욱 중요한 경우가 있다. 국민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시행을 하기 전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만 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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