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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론’ 함정 빠져 대입개편 역주행 자초한 정부의 결정 장애
[사설] ‘공론’ 함정 빠져 대입개편 역주행 자초한 정부의 결정 장애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8.09 09:24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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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시확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시확대마저 방향만 정했을 뿐 얼마나 늘릴 것인지 제시하지 못했다. 또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여부도 대학자율에 맡기게 했다. 결과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비롯해 국가교육회의라는 의견수렴 절차는 어떤 해법도 도출하지 못하고 예산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공론화 만능주의에 빠져 제 발등을 찍은 교육부는 불과 2, 3주밖에 남지 않은 이달 말 최종안 발표까지 훨씬 격해진 교육민심을 누그러뜨릴 묘수를 찾아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번 교육회의 권고안에 따르면 향후 대입에서 ‘수능의 힘’이 강해질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수능의 힘을 빼 공교육을 정상화 하겠다고 밝혔던 현 정부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전제로 하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등을 추진해 왔다. 특히 수능 절대평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개편을 추진하면서 확대하려 했지만 여론반발에 밀려 개편을 유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중장기 과제로 밀어 놓으면서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 실현이 물 건너갔다.

교육부로서는 이대목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 정부는 원래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배우는 현 고1부터 수능 절대평가를 적용할 구상이었다. 새 교육과정은 과정중심 평가와 창의·토론방식 수업으로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게 핵심이다. 문제풀이와 줄 세우기를 근간으로 하는 상대평가는 입시제도로 부적합하다. 그러나 수능점수의 위력이 살아 있는 정시확대, 상대평가로 결론이 나면서 당분간 학교수업과 입시준비가 따로 노는 상충·모순의 교육정책이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학생ㆍ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이 성향을 떠나 한 목소리로 교육부에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도 이 지점이다.

반면 수능선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 정부 들어 침체기를 걷던 특목고와 자사고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과학고나 전국단위 자사고, 외고 등 성적우수 학생이 몰리는 고교의 경우 대입에서 내신비중이 커질수록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고교체제 개편을 내세우며 외고, 자사고의 폐지를 추진, 최근에는 선호도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시의 문이 넓어지면 내신에 불리하고 수능에 강한 이들 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게 됐다. 교육계는 이 또한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권고안이 공론화 조사결과 지지도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의제 1과 2를 채택하지 않고 이를 뒤죽박죽 섞다 보니 오히려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의제 3과 가까운 결과를 내놨다는 점이다. 정시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의제 1이나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의제 2와 달리 의제 3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교육부가 주장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공론화의 의미와 정면배치 된다. 이러한 점을 들어 공론화 과정을 ‘요란한 빈 수레’라고 평가하는 ‘무용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번 권고안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호한 절충안임이 드러나면서 ‘정시확대, 수능상대평가’를 주장하는 쪽과 ‘정시확대 반대, 수능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양측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진보교육계에선 정시 수능전형을 확대하면 학교수업이 ‘문제풀이·주입식’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국가교육회의 해체와 교육부 장관 경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수능전형 확대를 지지하는 측도 수능전형을 얼마나 늘릴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대학들 역시 자율에 맡긴 정시확대를 두고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입개편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애초부터 다양한 교육제도가 얽힌 입시문제를 ‘인기투표’처럼 시민의사에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맹탕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은 ‘공론’이란 빌미로 결정 장애를 떠넘기려한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asiatime@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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