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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멘토'는 많지만 진정한 '인생 길잡이'는 없다
[김형근 칼럼] '멘토'는 많지만 진정한 '인생 길잡이'는 없다
  •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6 08:5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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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오늘날 ‘멘토’의 어원이 된 멘토르(Mentor)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 나오는 인물로 작품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맡은 역할은 막중하다.

그리스 이타이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에게 중대한 고비가 다가왔다. 숙적인 트로이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트로이로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갓 낳은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가 제일 걱정이 됐다. 더구나 텔레마코스는 독자였다. 만일의 경우 자신을 대신해서 나라를 이끌 훌륭한 재목으로 키워야만 했다. 몇 달 만에 끝나는 전쟁이 아니었다. 수 년, 수십 년이 걸려야 끝나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리를 거둔다 해도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걱정이 된 오디세우스는 한 친구를 불러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아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 이름이 멘토르로 60세에 가까운 노인이었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 텔레마코스를 잘 돌보아주면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게 키웠다. 때로는 친구로 지냈으며 선생, 상담자, 심지어 아버지가 되어 그를 성심 성의껏 보살폈다.

그러나 문제는 오디세우스 아내 페넬로페였다. 10년 동안 계속되는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들은 다 돌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기별을 받지못했다. 페넬로페의 마음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혼하겠다는 구혼자들이 나와서 오디세우스가 갖고있던 재산을 뺏고 아들을 괴롭혔다. 텔레마코스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108면에 이르는 구혼자들을 제압하지 못했다.

이 때 오디세우스를 좋아했던 용감무쌍한 정의의 여신 아테네가 등장한다. 그는 멘토르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텔레마코스에게 구혼자들의 횡포에 당당히 맞설 것을 주문한다. 또한 아버지의 소식을 알기 위해 먼 곳으로 항해하여 떠나라고 충고하고 도움을 준다. 여신은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서는 그의 아내를 괴롭힌 구혼자들을 처치하는데 일조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멘토르가 오늘날의 멘토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후의 일로 17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신학자의 소설작품에서 시작되었다. 1699년 처음 출간된 프랑스 절대왕정 시기의 대주교 프랑스아 페늘롱(Francois Fenelon 1651~1715)의 <텔레마코스의 모험>이다.

페늘롱은 열두 살에 그리스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로 우아하게 글을 쓸 정도로 영리했다. 그는 또한 루이 14세의 손자인 부르고뉴 공작의 궁정 가정교사였다. 그는 어린 공작을 보다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썼다. 그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던 텔레마코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선배’라는 표현의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멘토르는 <오디세이>에서는 단순히 오디세우스의 친구이자 텔레마코스의 스승에 불과하다. 그러나 <텔레마코스의 모험>에서 페늘롱은 통치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설파할 뿐만 아니라 왕은 오로지 백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루이 14세의 미움을 받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 ‘멘토’들이 뜨기 시작하고있다. 주로 정치 멘토들이다. 노무현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주장하면서도 이상하게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등극한 김병준 국민대학 교수도 그렇다. 그러면서 ‘건국절’, 박정희, 이승만을 높이 평가하는 이상한 ‘썰’들을 풀어놓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있다.

그는 지금도 한국당의 지방선거 완패가 바로 그 ‘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썰’에 계속 매달리고있다. ‘썰’의 대가 김성태와 손을 굳게 잡고 말이다. 그는 결코 인생의 길잡이 멘토가 아니다. 그는 멘토를 앞세워 권력을 거머쥐어 보려는 전형적인 정치 지향적인 교수일뿐이다. 2011년 국립국어원은 ‘멘토’를 대체하는 우리말로 ‘인생 길잡이’를 선정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대한민국을 지키겠냐?”며 폼 잡고 으스대는 멘토는 많은데 진정한 인생 길잡이는 없다는 말이다. hgkim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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