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1-18 09:22 (일)
[사설]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식 논란…우리경제에 드리우는 암운
[사설]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식 논란…우리경제에 드리우는 암운
  • 아시아타임즈
  • 승인 2018.09.10 09:04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고점논란이 본격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슈퍼사이클(초장기호황) 국면이 꺾이면서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비관론’과, 이는 기우에 불과하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더 남아 있다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요 반도체의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 제조사들의 설비투자 감소 등 시장 곳곳에서 부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암운이 반도체업종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비관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반도체 산업 고점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D램 메모리 수요가 약화되며 재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9일 반도체기업 투자전망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하향조정한 이후 또 다시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대체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해왔던 국내 증권가도 최근 반도체 관련지표가 악화되자 고점가능성에 서서히 무게를 싣고 있다. 전 세계 D램 시장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건스탠리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우리 반도체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밖에도 그동안 반도체 수요를 잡아당겼던 요소들이 시들어가는 위험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전 세계 반도체시장이 지난해 9월 이후 월별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의 ‘큰 손’인 페이스북, 넷플릭스, 텐센트 등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설비투자 또한 정체되고 있다. 올해 초 세계적으로 폭발했던 암호화폐 투자열기도 꺼지면서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하드웨어 수요도 감소했다. 여기에다 컴퓨터 운영체제(OS) 교체수요도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한 규제여론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일정 수준의 가격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서버시장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 등의 신규수요가 늘어 과거와 같은 가격급락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구글, 아마존, MS 등을 비롯한 IT 관련업체들이 일제히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및 기존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메모리 업황 둔화가 찾아온다고 해도 그 길이와 깊이가 단기적이거나 매우 얕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의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약 325억 달러(약 36조7,000억 원)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는 그보다 많은 약 408억 달러(약 46조800억 원)였다.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만으로 무역수지를 계산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수(약 620억 달러, 약 70조290억 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늘었다. 그 때문에 전체 무역수지까지 좋아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까지 만들고 있는 게 우리 경제가 처한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마저 떨어진다면 우리경제의 삐쩍 마른 알몸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반도체업체들의 재고일수가 증가하면서 올해 하반기 실적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투자속도도 조절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반도체 가격하락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호황기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불길한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이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산업마저 없는 우리경제의 현실에서 지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파가 ‘쓰나미’처럼 덮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떠나 반도체 산업이 언제까지나 호황을 누리리라는 막연한 희망부터 버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산업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산업의 새로운 대표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asiatime@asiatime.co.kr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