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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칼럼] 끝없는 확장“영화”
[정균화 칼럼] 끝없는 확장“영화”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승인 2018.09.13 09:4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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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영화는 백 년의 역사를 그 거대한 강에 가득 담고 내 앞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은 말라붙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형태를 바꾸며 흘러갈 것이다. ‘모든 영화는 이미 다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진실인 양 떠돌던 198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사람은 ‘지금 내가 만드는 것이 과연 정말로 영화인가’라는 물음을 언제나 품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불안’도 피로 이어진 뜻한 연대감도 모두 뛰어넘어, 순순히 그 강의 한 방울이 되기를 바랐다.”《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著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영화를 찍는 작가로서 구상에서 완성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영화자서전으로, 극영화뿐 아니라 저자의 영상 제작의 뿌리가 되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작품까지 총 25편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영화를 찍으며 만난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著者 박준]에서우리는 종종 여기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꾼다. 이곳 아닌 저곳에서라면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라면 내가 사는 이곳과 전혀 다른 세상을 단 두어 시간 만에, 단숨에 보여줄 수 있다. 영화만 있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좁고 거미줄처럼 얽힌 리스본의 골목길, 얼음과 화산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 뜨거운 태양이 춤추는 고스트 랜치, 긴 밤 내내 바람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북극해……. 영화라는 융단을 타고 중앙아시아로, 남유럽으로, 북아메리카로, 오세아니아로 떠난다. 스물일곱 편의 영화에 찍힌 바람의 지문을 좇는 여정을 담아낸다. 영화를 보며 우리의 세계는 끝없이 확장된다.

‘영화여행’의 매력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데 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만 갈래의 삶을 은유하는 것이 영화 그리고 여행이다. 영화 속 시공간으로 들어가 낯선 이들과 대화하고 주변을 거닌다. 영화가 바람처럼 데려간 곳에서 우리는 인생을 탐험한다. “연기란 영혼을 탐험하는 체험이며 연기를 통해 많은 지식을 얻으며 또 많은 지식을 포기한다.”는 ‘쥘리에트 비노슈’의 연기론에, 자신의 여행 론을 포갠다.

여행도 비슷하다. 세상을 탐험하며 지식을 얻는 동시에 지식을 포기하는 게 여행이다. 몸과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는 탐험이다. “왜 연기를 하죠?” 감독이 여배우에게 물었다. “연기를 하면 춤추는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추는 춤이에요. 영혼의 탐험을 통해 체험하는 게 즐거워요. 많은 지식을 얻으며 많은 지식을 포기하죠.” 여행도 비슷하지 않나? 세상을 탐험하며 지식을 얻는 동시에 지식을 포기하는 게 여행이다. 몸과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는 탐험이다. 여행하기 전에 내가 알았던 세상이 얼마나 작았는지, 때로는 얼마나 허구인지 알게 된다. 筆者도영화 메니아(mania)이다. 일주일에 두 세편의 영화 관람시간을 쪼개 놓고 시간이 날 때면 스마트 폰으로 원하는 시간 좌석을 예약하고 영화관에 달려간다. 안본 영화가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해외여행 시 기내에선 3~4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물론 시사회 초청도 있을 땐 만사를 제치고 달려간다. 장르별 불문하고 흥행성 국내영화는 물론 SF영화에서 독립영화 아트영화, 일본, 인도 영화까지 섭렵한다.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은 나만의 온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 배경을 통해 칼럼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삶의 재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끝없는 상상의 확장이요, 신선한 힐링의 보고(寶庫)이다. 감동 있는 영화는 본 후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 지인들과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후에 서점에 와서 원작의 소설과 중요한 명대사를 찾아 칼럼에 인용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을 갖게 된 것은 불과 삼사년 전부터이다. 혼자 무언가 글을 쓰고 농장에 내려가 흙을 일구고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을 예전엔 상상도 못해 본 것이었다. 이제 내 생각과 내 시간의 소중함과 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하는 나의 확장이기도 하다.

“한 달에 한 번 하늘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내가 만들고 싶은 또 다른 영화를 보게 된다. 나는 밤에만 꿈꾸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꿈을 꾼다.”< 스티븐스필버그>


tobe42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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